MBC 뽀뽀뽀 무용자문샘이 되었다
지난 해 봄.
<뽀뽀뽀> 의 코너 '댄싱슈즈'무용자문을 맡게 되었다.
<뽀뽀뽀> 는 MBC문화방송에서 1981년 첫 방송 이래 '아빠가 출근할 땐 뽀뽀뽀' 하며 부르던 노래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인 유명프로그램이다. 이번에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역사를 살펴보니 중간중간에 종영과 시영을 반복하며 최종적으로는 6개월만에 다시 방송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열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각 분야의 전문자문과 동행하기를 선택한 것인데 무용안무선생님이 있음에도 내가 함께 하게 된 것은 그저 움직임에 그치는 것이 아닌 유아들의 심리적인 발달에 움직임을 활용하고자 하는 제작진들의 마음이 담긴 시도였다.
처음 프로그램을 의뢰받고 먼저 유치원 교육과정을 따라 회의를 시작했다. 작가들이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면 좋을지 자문들이 역할을 수행했다. 대부분 혼자 계획하고 혼자 일하던 나에게 함께 한다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 되었다. 함꼐 회의하고 주제에 맞춰 진행할 여러가지 계획들이 서로의 의견에 따라 방향을 잡고 조금씩 살을 붙여 완성되어 가는 모습은 낯설기도, 부럽기도 한 작업이었다. 물론 여러 사람이 합을 맞추어야 하는 점은 쉬운 일 만은 아닐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모두의 마음에 들기가 어디 쉬울까? 내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을 것이다. 그럼이도 이들의 작업은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다. 맞지 않는 의견이 조금씩 조율되면서 프로그램은 완성도를 갖추어 나갔다.
작가들이 작사한 가사에 곡이 붙고 본격적인 자문이 시작되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아이들의 부모님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1분 30초라는 짧은 시간안에 무엇을 전달하는 것이 좋을지 말이다. 작가님들과의 협의를 거쳐 자문내용이 완성되고 첫 촬영일정이 잡혔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라는 노래가사가 떠올랐다. 비록 정규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투브를 통해 노래 속에 담긴 내용들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심리발달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움직임 활용법을 소개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었다.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이 그렇게 떨리는 일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막연하게 무용을 하던 나니까.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매우 큰 오산이었다. 내가 잘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모든 것을 다시 해야한다는 부담감은 나를 더 더 못하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말이 빠른데 긴장하니 더 빨라졌다. 말은 꼬이고 조사들이 뒤엉켰다. '댄싱슈즈'팀의 촬영 사이에 하는 것이다보니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감은 커져만갔고 시간이 어찌 갔는지, '역시 난 몸으로 표현하는 사람이구나. 춤이 아닐바에는 차라리 글이 편하구나. 글은 내 선에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첫 촬영을 끝내고 방송이 나오기까지 후회도 되고 나 자신이 작게 느껴지기도 하고. 방송에 나와 편안한 얼굴로 술술 말 잘하던 많은 사람들을 보며 '와.. 정말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를 절감했다. '다음번에는 천천히 말해야지. 다음 번에는 흰 옷은 입지 말아야지. 다음 번에는 손, 발을 움직이지 말아야지. 여기저기 보지 말아야지' 등등의 스스로 약속하며 첫 촬영을 마쳤다.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으려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