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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May 09. 2021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기

바람이 분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햇빛에 비친 잎사귀가 반짝인다. 머리칼을 흩뜨리는 바람결이 피부에 스친다. 불어오는 바람에 아카시아향기가 담겼다. 발바닥아래로 밟히는 잔디가 뽀득거린다. 양 팔을 벌리니 손가락사이로 바람이 간질인다. 파도소리같은 바람소리가 청량하기만 하다. 황사 후 맑은 하늘이 눈이 시리게 파랗다. 나는 지금 집 앞 잔디밭에 서 있다. 나의 온 감각을 동원하여 나에게 집중한다. 내 삶의 중심에 나를 두기 위한 몸부림이다. 

세탁기 한 켠에 보면 세탁기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수평계가 있다. 네모난 창 안에 십자모양이 그려져 있고 그 안에 동그랑 물방울 같은게 들어있다. 십자 정 중앙에 동그라미가 안착되면 정확하게 수평이 맞은 것이다. 네모난 세탁기는 수평계로 중심을 찾는다. 

때때로 나는 내 삶의 중심에 내가 정확하게 자리 잡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때가 있다. 바쁘고 분주할 수록 내 삶의 중심에는 내가 아닌 것들이 주인인양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좋아서 하는 많은 일들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내가 주체가 아니라 일이 주체가 되어있을 때가 있다. 일 뿐만이 아니다. 내가 가진 다양한 역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타인과의 관계 안에 이 역할중심은 더 강해진다. 어떤 일이 주어졌다면 일을 맡긴 사람에게, 직장 상사에게 또는 스승에게 혹 동료에게, 지인에게 때로는 친구에게 심지어 가족에게 조차 진정한 나로 서지 못할 때가 있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기위해, 어떤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한 번씩 세탁기의 수평계 안에 물방울이 한 쪽에 치우친 것처럼 내 안에 나의 마음이 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그나마 ‘아 내가 지금 기울었구나’ 하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기울어진지도 모르고 달려갈때가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내 삶의 중심에 내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쉬운 일이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가장 편안한 누군가와의 관계 안에서도 종종 내가 아닌 그가 주인일 때가 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 나에게 더 그렇다. 

진정한 나를 내 삶의 중심에 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감각에 집중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보고 듣고 맡고 느끼는 모든 것에 집중해보는 것이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온 몸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 아닌데도 우리는 이 시간을 갖지 못한다. 길을 걷다가,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일을 하다가 잠시 잠깐 눈을 감고 온 몸의 감각을 열어 내가 지금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 내 삶의 중심에 온전히 나를 맞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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