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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Jun 08. 2021

마음을 말해주는 첫 번째 신체 싸인, 호흡

의도적 숨쉬기


얼마전 꽤나 억울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내가 쓰지도 않은 글을 내가 썼다며 어떻게 니가 그럴 수 있냐고 전화기를 통해 들려 오는 목소리는 화가 날 때까지 나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글을 오해한 것도 그렇지만 나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다는 것이 더 기가 막혔다. 숨이 턱 막혔다. 꽤 오래도록 숨도 쉬지 않고 고함소리를 들어냈다. 그리고 한 숨 쉬고 나서야 내 입장을 설명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은 시시때때로 우리의 삶에 다가온다. 길을 가는데 갑자기 왠 오토바이 배달원이 입에 담지 못할 쌍욕을 한 적도 있다. 자기 앞에 끼어들었다는 이유였다. 분명히 밝히지만 난 그런 적이 없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유언비어의 주인공이 된 적도 있다. 이 역시 전혀 근거없는 소리였다. 이런 일은 멀리가 아닌 가까이에서도 일어난다. 아이에게 한 마디 했는데 상상치도 못하게 따져 물을때, 어디 그 뿐인가 생각해보니 갖가지 상황들이 머리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런 상황은 우리의 삶을 잠시 정지시킨다. 아마도 신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 황당한 상황을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일시정지시켜 주는 시스템같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했던 연*세브란* 정신건강병원은 현재는 서울본원과 합쳤지만 몇해 전까지는 오랜 입원환자들이 머물 수 있는 경치좋은 곳이었다. 매주 월요일 오전 그들을 만나러 가던 시간들이 꽤 오래 진행되었다. 매주 나를 전혀 처음보듯 대하는 환자들 덕분에 매주 만나면서도 매번 첫인사를 해야했다. 그들과 자주 하던 수업이 숨쉬기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나 숨을 쉰다. 숨을 쉬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숨쉬기를 말하니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살기위해 쉬는 숨은 화학적 반응으로 들숨과 날숨을 반복한다. 지금 이야기하는 숨은 의도적으로  들이쉬고 내쉬고, 혹은 살살, 세게 숨을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그게 안돼? 라고 말하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마음이 병든 사람, 아픈 사람은 의도적 숨쉬기가 어렵다. 환자들을 만나 다양한 숨쉬기를 시도했다. 삼*서울병원의 입원환자들도 오래 만났지만 특별히 광주의 병원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들이 훨씬 오랜동안 병원생활을 한 환자들이기 때문이다. 짧게 입퇴원을 반복하는 환자들보다 장기입원환자들이 더 중한 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의도적으로 숨을 쉬는 것은 내가 살아있음을 상기하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음을 재인식하는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인식이 될 수도 있다. 현실감각이 떨어져 있거나 혹은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의도적 숨쉬기는 어려운 과제가 된다. 신체적으로 의도적 숨쉬기는 새로운 공기를 몸에 채워주는 의식이된다. 이로써 마음역시 새로운 기운으로 채워준다. 숨이 막혔던 상황을 대처할 새 에너지를 주는가 하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마음을 주거나 다시 시작하도록 마음을 먹게 한다. 

오늘은 일상 가운데에서 나를 재인식하는 의도적 숨쉬기를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지금. 그 자리에서 천천히 숨을 들이마쉬고 천천히 숨을 내쉬며 자신의 숨을 느껴보는 것이다. 


   

숨을 들이마쉬며 내 안으로 새로운 공기가 천천히 들어와 나른 가득 채우는 것을 경험해본다. 천천히 숨을 내쉬며 내 몸 구석구석을 돌아 필요한 부분에 새 공기를 전달하고 더러워진 공기가 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느껴본다. 



2. 숨을 들이마쉬며 가슴과 배가 부풀면서 내 몸이 더 가벼워진다면 내쉬면서 가슴이 내려가고 배가 들어가며 몸이 묵직해지는 것을 느껴본다. 


3. 의도적 들숨과 날숨의 반복을 통해 내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느껴본다. 가슴에서 심장의 박동이 느껴질 수도 있고 목, 손목, 온 몸에서 느껴질 수도 있다. 호흡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평소에 신경써보지 못했던 신체의 작은 소리들에 귀기울여본다. 


4. 크게 숨을 들이 마신 후 잠시 멈추고 머물러 있는 몸의 상태를 경험한 후 내 쉰다. 


5. 의도적 숨쉬기를 통해 경험한 것들을 BADY DIARY에 정리한다. 


마지막에 자신의 경험을 글로 적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몸으로 느끼는 것들은 대개 텍스트로 구체화되기 어렵다. 무용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인것은 이 때문이다. 무언가 느껴진 것은 있지만 모호한 것들을 글로 적어보면서 스스로 명료한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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