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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Jun 08. 2021

처음 만나는 너무나 새로운 오늘

과거가 된 분들을 추모하며

하루하루가 저절로 오는 줄 알았다. 매일매일 반복되던 오늘이 내일도 당연히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제가 그랬으니 오늘도 내일도 마땅히 그래야하는 것이라고 나도 모르게 그랬다. 하지만 삶은 훨씬 겸손해야 했다. 하루하루가 거저 주어진 선물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했다. 어제같은 오늘이 내일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어떤 선택들을 했을까?

언젠가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안나 할프린 선생님께서 천국에 가셨다. 박사논문을 준비하며 알게된 그 분의 삶과 춤을 통해 내 안의 많은 의문들을 해결하고 삶의 목표를 다잡을 수 있었다. 100세가 넘으셨음에도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실 것만 같았다. 많은 고통. 심지어 암도 이겨낸 분이었으니. 한 번도 뵙지 못했지만 조만간 뵐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이제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선 천국에 가는 길 뿐이다. 더 빨리 알지 못했던 것이 안타깝다. 내가 조금더 부지런히 열심을 냈다면 훨씬 일찍 선생님을 알 수 있었을 텐데.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언제나 든든하게 내 편이 되어주던 친구가 쓰러졌다. 코로나때문에 보호자 1인 외에 면회도 되지 않는 시기이다.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할 수 없을만큼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식만 들을 수 있었다. 수많은 친구들이 그를 보고 싶어도 찾을 수 없고 그 역시 기다린다 해도 아무도 찾아갈 수 없다. 

유독 누군가 아프다는 소식이 많았던 기간이다. 병을 진단받은 사람도, 수술을 앞둔 사람도, 병이 재발한 사람도,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도 많았다.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적잖은 충격이 함께 했다. 모든 것들을 잠시 멈춰두고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들이 필요했다. 내일의 두려움 대신 오늘을 마음껏 살아내보자 다시 발걸음을 내딛는 것에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니었다. 우습게도 당연히 여기며 살아내던 관성이었다. 어제의 일을 오늘도 해야하니까. 내일이 주어지면 내일도 해야하는 일들이기에 지금도 묵묵히 하고 있다. 

눈물이 나도록 아름답고 너무나 찬란한 봄의 끝자락에서 순간순간 주어지는 새로운 순간을 감사하며 병상에 누워 회복을 기다리는 수 많은 환우분들의 치료와 치유를 기도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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