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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

by 김미영

어버이날이었다. 오래전 우리 곁을 떠난 아빠가 더욱 그리워지는 때이다. 아빠를 생각하면 바로 떠오르는 몇 가지 감각이 있는데 그 중 촉각이 있다. 손에 남아있는 아빠의 느낌을 통해 손의 감각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강하게 각인되는지를 실감한다. 이렇게 생각을 하기 시작할 뿐인데도 아빠 손을 잡은 것 같은 감각들이 깨어나면서 그 때의 환경, 향기, 기분, 마음들이 감추어졌던 저 밑바닥에서부터 일제히 표면 위로 올라온다. 아빠랑 손을 잡고 다닐 정도로 다정한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어른이 되고 보니 무뚝뚝한 표현 속에 얼마나 많은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대학원을 다닐 때였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에 퇴근해 가시던 아빠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다. 육교를 건너던 중 길을 걷던 아빠를 발견했는데 그 날 따라 아빠가 왜 그리 반가웠는지 “아빠”하고 부르며 뛰어 내려가 손을 덥썩 잡았더랬다. 어쩌다 한 번씩 만져본 아빠의 손은 유달리 부들부들하고 따뜻했다. 그날도 그랬다. 따뜻한 아빠의 손이 내 손을 꼭 잡았다. 아빠손등에 있는 피부가 마치 분리된 것처럼 미끌미끌 움직였다. 그 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햇살은 뜨거웠지만 불어오는 바람이 꽤나 시원했다. 길에 있던 또 다른 사람들도 기분이 좋아보였는데 내 기분탓인지 그들이 정말 웃는 얼굴이었는지 모르겠다. 뻥튀기 냄새인 듯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풍겨왔던 것도 생각나 마치 지금 그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손은 신체의 어떤 부분보다 예민하다. 철학자 드니 디드로는 “나는 감각 중에서 시각이 가장 천박하고, 청각이 가장 오만하며, 후각이 가장 방탕하고, 미각이 가장 허무맹랑하고 변덕스러우며 촉각이 가장 심오하고 가장 철학적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손에 남아있는 감각은 그 자체의 기억으로 존재하면서 또한 다양한 것들을 떠올려 사유하게 한다. 그래서 어떤 것은 후회가 되기도 하고 어떤 것은 반성이 되기도 하며 삶을 돌아보게 한다.

이번 바디 다이어리에서는 손에 있는 기억을 떠올려보기를 권한다.


손을 꽉 쥐어 주먹을 만들었다가 최대한 펴서 보자기를 만드는 것을 반복해본다.


두 손바닥을 마주 대고 지그시 눌러 손의 각 부분의 압력을 느껴본다.


두 손을 비벼 따뜻하게 열을 낸다.


따뜻해진 손바닥으로 손 등을 문지르거나 주물러 본다.


양 팔을 벌린 자세에서 손가락을 벌려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공기, 공간의 흐름을 느껴본다.


5의 자세에서 눈을 감아도 좋다. 손가락 사이의 바람이나 공기의 에너지를 더 잘 느끼기 위해 손의 위치나 방향을 움직여본다.


손의 움직임을 따라가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면 노트에 적어본다.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면 움직임 중에 느낀 점을 적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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