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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건 어떻게 하는 거죠?

by 김미영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친해지는 거 좋아하는 나는 몇 개의 모임에 속해 있다. 그 중 한 모임에 참석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보다 연세가 조금 더 있으신 한 남성분이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 뭐냐고 그룹에 물어보셨고 그것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왔다. 어떤 사람은 특별한 날이 되면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왔다.


나 역시 무용치료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학생들이나 직장인을 비롯한 일반 사람들이 모인 곳에 세션을 가면 늘상 하던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그 남성분의 질문을 듣고 갑자기 머릿속에서 ‘삐~~~~’하는 소리가 들리며 마음속의 말문이 막혔다.(대체로 그 모임에서 나는 속으로만 말을 하는 편이다. 말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말을 듣고 싶어서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다.) 나에게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과연 그 말을 이해했을까?에서부터 혼란이 시작되었고 정작 말문이 막힌 이유는 나는 나 스스로를 어떻게 사랑하고 있지?라는 스스로의 질문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말할 때 기본 전제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생각을 바꿔주고자 함이었다. 때문에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가령 그런 것이다. 프리스쿨과정의 7세 아이들을 수업하는데 이미 학교 내에서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상황(코로나로 인한 방역지침이 완화되고도 한 참 후)에서도 꼭 마스크를 쓰는 아이에게 이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하니 “저 마스크 벗으면 너무 못 생겼어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7세는 그냥 무조건 예쁜 나인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그 아이를 붙잡고 “넌 너무 예쁘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한 얼굴이다.” 등등의 말과 함께 ‘우리는 모두 특별한 존재’에 관한 수업을 진행했더랬다. 얼굴이나 몸매를 통한 자기비하, 혐오가 있는가 하면 스스로의 몸에 상처를 내거나 해가 되는 약물을 하거나 도박을 하는 사람도 있고 극한 상황까지 자기를 몰아붙이는 사람들도 있다. 자기를 귀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자기를 돌보지 않는 생각과 행동들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모습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나는 대체로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반대로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말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 스스로 사랑하지 않는 행동을 멈추라는 것에만 급급했다는 것을 깨달으며이제부턴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서 먼저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것에 앞서 내 모습에서 내가 사랑하지 않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았다. 그 행동들 때문에 내가 나를 무시하거나 혹사하거나 미워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중 세 가지만 나눠보자면 첫 번째는 매일 아침 더 일찍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알람을 맞춰놓은 시간에서 계속 ‘10분후 다시 알림’을 반복하며 계획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긴다. 두 번째는 매일매일 하고자 하는 일들이 있다. QT, 독서, 운동 등 대여섯가지가 있는데 자꾸만 놓치는 일이 반복되면서 ‘네가 그렇지’ 하며 스스로 무시하게 된다. 마지막은 늘 마감일에 쫓기고 쫓겨 막바지가 되어야만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정말 풀리지 않는 숙제이자 스스로 용서가 안 되는 것들이다.


이 세 가지 요인이 나를 미워하게 되는, 나를 사랑함에 걸림돌이 되는 일이다 보니 이 세 가지를 해결해 보고자 고민해보았다. 일단 계획이 너무 무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상시간을 너무 무리하게 잡지 않고 성취했을 때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정도로 조정했고 매일의 과제 역시 시간과 분량을 조절했다. 마감일에 쫓기지 않도록 스케줄에 미리미리 글 쓰는 시간을 잡아두고 실천해보려고 한다.(탄탄이들 앞에 이렇게 말했으니 꼼짝없이 지켜야 하게 생겼다.)


스스로가 싫어지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의 가장 초급수준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정도로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그냥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그를 사랑한다면 이제 그 사람을 위한 일을 하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그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등을 알고 나면 그를 기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자비라며 주는 것 이외에도 보호, 책임, 존경, 지성 등이 내포되어 있다고 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나를 사랑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어떤 것들을 개선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순간에 스스로 행복한지, 슬픈지, 아픈지 알고 나면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SNS에 한 연예인이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에 ‘밤샘촬영을 하고 와 피곤한 몸이지만 내일 가져갈 다이어트 도시락을 싸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아무리 피곤해도 내일의 자신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자기를 위해 도시락을 싸는 것이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에 샤워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사랑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그러니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은 자기밖에 모른다. 자기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를 알아야 한다. 자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고 인정해주고 스스로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


유독 연휴가 긴 추석이다. 이 긴 연휴에 먹고 싶다고 계속 먹고 자고 싶다고 계속 자면 분명히 연휴가 끝나고 나를 혐오할 것이 분명하다.(이건 춤추는 편집장 나에게 하는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그런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그래서 나는 소설책 몇 권을 쌓아두었다. 긴 쉼을 갖는 도중에 틈틈이 책을 보며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나를 사랑할 것이다. 우리 탄탄이들도 긴 연휴를 시작으로 맞는 가을이 더욱 풍성하고 특별히 스스로를 많이 사랑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자기 마음을 이해해주고 지금까지의 결실을 맺느라 수고한 스스로를 대견하다 수고했다 칭찬해 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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