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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태 Oct 12. 2022

감 -> 기록 -> 공유 -> 영

[독] 3 : 별게 다 영감

“이 새끼 고등학교 때 혼자 존나 열심히 공부했잖아.”


성인이 되고 고향친 구들을 만났을 때 들은 말이다. 비꼬는 말투였는지는 기억 안 난다.(아마 비꼬는 투로 놀렸던 것 같다.) 대학에서 학점으로 처참한 하위권을 겪은 후였기에 반감보다는 ‘내가 그렇게 안 알려주고 독고다이로 했나.’라는 후회를 살짝 했다. 내가 이렇게 노력한 건데 쉽게 먹으려고? 고등학생 시절엔 어렵게 공부하고 외운 지식, 요령을 모두에게 알려주기 정말 아까웠다. 


그러나 대학에선 과목마다 본인들의 시간을 내주어 도와줬던 친구들이 없었다면 아마 시험을 던져버리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하교 학술 동아리에서 1학년들을 대상으로 시험기간 대비 무료 강의를 해줬는데 선배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몇몇 학생들은 나와 같은 학번이었고 자신과 똑같은 시험을 치르는 얼굴도 모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주고 있었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운 좋게도 공유한다고 지는 게 아니란 걸 지금은 안다. 이해보다 높은 수준이 가르침이기에 그 친구는 아마 과목에서 상위권이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기록은 기억은 이긴다. 고3 때 수강했던 인강 선생님이 입이 닳도록 했던 말이다. 다 받아 적으래서 다 받아 적었다. 기록함으로써 클라우드나 외장 하드에 저장해 노트북, 핸드폰 자체의 저장 공간을 남기 듯 뇌에 저장 공간을 남길 수 있다. 또한, 기록을 나중에 펼쳐보면 새로운 존재로 다가온다.     

 

그리고 선생님이 했던 다른 말이 있다. 지식은 나누고 공유하는 것이다. 어차피 공유해도 공유한 사람이 제일 잘하는 거니 잘 배워서 주변 사람들에게 다 알려주라 했다. 지식에 국한되지 않고 개인의 지식과 관심사를 컨텐츠로 만들어 공유하는 시대. 어차피 혼자만 알고 있다면 쓸모 없어진다. 내가 알고 있는 건 다른 사람도 알고 있고 그 지식은 곧 새로운 지식들로 인해 구 지식이 된다. 이미 무엇이든 공유하는 세상이다. 공유경제 흐름 속에 공간을 공유하고(에어비엔비), 차를 공유한다(우버).     


그렇다면 기록은 지식과 동치인가. 기록을 공유해야 할까. 어떤 기록이냐에 따라 다르겠다. 학업적으로 배운 기록은 공유하는 게 맞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배우기 때문이다. 일기같이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은 공유하지 않는 게 낫겠다. 물론 일기도 깊이의 차이가 있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일지라도 풀어내는 능력을 지닌 사람도 있지만 어렵다.     


영감의 기록은?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을 일컫는 단어, 영감. 이런 영감의 기록을 보관에 그치지 않고 공유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글의 소재 별게 다 영감의 저자 이승희 마케터님은 영감 노트를 만들어 운영한다. 

https://www.instagram.com/ins.note/

이렇게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감들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영감이 되어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계정 덕분에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pg 02> 어느 날 누군가 “저도 영감노트 계정 만들었어요!”라며 내 계정을 언급하는 일이 일어났다.     

<pg 02> “저도, 저도 영감 계정하고 있어요!”     

영감을 기록하여 공유하니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기록되고 공유된다.            



나 역시 처음 책을 구매할 때 각 잡고 열심히 읽어내려가기 보다 시간 날 때마다 몇 장씩 넘겨보며 가볍게 읽으려 했음에도 꽤 접은 부분들이 많다. 접었다는 건 나중에 다시 보고 싶고 영감이 되었음이다. 이 영감을 언젠가 완전히 다른 분야에 접목하게 되겠고 또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겠지.


무엇보다 이 기록들을 공유해 준 공유자 이승희 기록자에게 감사한다. 부끄럽지만 읽으면서 ‘하.. 나도 지나가면서 보고 생각했던 것들 기록하고 공유했으면 책 한 권 뚝딱이네’라고 잠깐이라도 푸념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이런 오랜 시간 기록해온 꾸준함을 무시했다는 사실에 바로 시정했다. 누군가가 쉬워 보이면 엄청 잘하는 거라 했다. 위에 공유해야 하는 세상이라 언급했지만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나에게 가르침과 재미를 주는 모든 공유자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이렇게나마 저 질투 어린 잠깐의 푸념을 반성한다.     


영감 기록되어 공유되고 다시 새로운 영감을 주고 이는 기록되어 공유되고   다시 영감이 되고.... 멋있다.

 



기억에 더 남는 내용

1.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행위

세상이 원하는 학업 성적이란 가시적인 기준을 달성한 후 하고싶은게 생겼을 때 높은 점수를 활용해 제한없이선택하기 위해 고등학교 때 공부했고 오로지 남보다 높은 저번 보다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대학생 때 공부했다. 그렇기에 공부란 세상의 해상도를 높이는 행위라는 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2. 도서관의 자리 맡는 방식

시험기간이면 도서관 사석화 방지 캠페인이 실시된다. 우리 학교 도서관에 적용한다면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거 같다.


3. 아마존의 새벽 배송 광고

아마존의 로고에서 A->Z, 모든 것을 판매한다는 의미를 드러냄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로고를 활용해 새벽 배송 서비스를 직관적으로 표현했음에 감탄하고 간다. 


   


고물을 보물로 보는 능력처럼 
별게를 별처럼 보는 기록자의 감각에 감탄한다.








책 별게 다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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