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2 : 장사의 신
이자카야? 가본 적 없다. 술을 엄청 좋아하지도 않고 술집은 가도 이자카야(술 그리고 간단한 요리를 제공하는 일본 음식점)는 어렴풋이 느낌만 알지 무지하다. 또, 주류 분야에서 장사를 하겠다는 맘도 없다. 그렇기에 장사에 조언을 구하는 게 아닌 손님으로서 ’어떤 가게에 가야 제대로 이자카야를 경험할 수 있을까‘라는 맘가짐으로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얻은 해답은 즐거움이다.
’즐거움‘ 책을 관통하는 단어다. 정확히는 ’정성을 다한 즐거움‘, 단순히 이자카야에만이 아닌 모든 손님을 대하는 장사에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구매자는 구매를 통해 즐거움을 얻고 판매자는 그 즐거움을 제공한다.
가수가 즐거워야 보는 관객들도 즐겁다. 고등학교 때 봤던 서바이벌 프로그램 WIN episode 5화에 나오는 말이다.
<13분 12초> “너희가 좀 더 놀아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은 느낌이야”
<17분 03초> “너희가 너희를 보면서 신나야 해”
https://www.youtube.com/watch?v=1FKOyvlsx7k&t=1023s
서바이벌 참가자들에게 무대 위에서 정말 신나고 즐기라고 그래야 보는 사람도 즐겁다고 한다. 거창하진 않지만, 대학교 응원단을 하면서 무대를 준비하고 공연하는 그 자체가 정말 즐거웠다. 응원단 활동 자체를 즐겼다. 장사도 마찬가지 아닐까.
pg 38 ‘어떤 가게를 해야 잘 될까?‘만 궁리하지 말고, ’어떤 가게를 해야 내가 진심으로 즐거울 수 있을까?‘를 생각하라고 그것이 오랫동안 장사를 해나갈 수 있는 기본이라 생각해.
억지웃음이 티 나듯 힘들고 돈 때문에만 한다면 사람들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본인이 즐겨야 한다. 즐거운 걸 하자. 그래야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주고 오래 할 수 있다.
항상 아이디어를 고민해라. 특별해야 할 필요는 없다. 간단하면서도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면 된다.
<pg 142>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손님을 즐겁게 해줄 방법을 고민하면 되는 거야
간단하면서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일단 요식업이니 메뉴가 즐거워야 하지 않을까. 시원한 소리 나게 스파클링 와인을 따면서(스파클링 와인은 원래 소리가 크지 않게 딴다.) 손님들에게 즐거움을 주거나 위스키를 통째로 냉동실에 넣어 시원한 살얼음이 낀 상태로 손님께 내고 회를 잘 못 썰어서 뭉텅뭉텅 하게 썬 회를 ’대충 썰은 회‘로 내놓는다.
메뉴뿐만이 아니라 여름인데도 인기 있는 어묵이라고 메뉴판에 써 놓아서 장난스러우면서도 재치가 있게 하거나 메뉴판을 쓸 때도 여백, 도장들을 활용해 손님들 눈에 띄는 메뉴판을 제작한다.
그뿐이랴 별거 아닌 거처럼 보여도 와인을 따라줄 때 그냥 많이 따라주는 게 아니라 ’보통 소믈리에들은 여기까지 따라주죠‘라며 한 박자 멈추고 많이 따라준다든가 비를 맞고 온 손님에게 수건을 건네고, 직원들이 화장실을 쓸 때면 1분 청소 중이라는 팻말을 만들어 손님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게 한다. 작은 아이디어들이 하나하나 모여 이 공간에서만큼은 손님이 즐기도록 나중에 다시 올 수 있도록 만든다.
위스키를 냉동실에 통째로 넣어 살얼음이 끼게 하는 아이디어는 맥주잔을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생맥주를 담아 제공하는 역전할머니맥주의 살얼음 맥주가 떠오르게 했다. 물론 책이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고 작가의 경험들은 그보다 오래되었기에 보편화 된 아이디어들이 있다. 그래서 별거 아닌 걸까? 대중적 선호도가 높아야 보편화될 것이며 그만큼 작가의 아이디어가 간단하면서도 훌륭했다.
그러나 이런 아이디어만 우후죽순 갖다 붙인다고 즐거움을 느끼는 건 아니다. 사람 간의 거리를 좁혀야 한다.
계속해서 손님과의 거리를 좁히는 접객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손님의 이름을 먼저 외우고 그 손님이 표고버섯을 못 먹는다면 다음번에 왔을 때 말하지 않아도 빼서 음식을 내며 1인분은 표고버섯 뺐다고 말해준다. 닭 날개 튀김이 주문 들어오면 오른쪽 날개? 왼쪽 날개?라며 재치 있게 묻는다. 멀어서 손님과 직접 대화할 수 없다면 직원에게 손님께 가서 맛있는지 여쭤보라 한다면 손님이 반응을 보이고 브이 제스처를 취해 소통한다. 일부러 마실 거를 손님 뒤쪽에 배치해 손님이 한 잔 마실 때 더운데 나도 한 잔 달라 한다.
의도적으로 대화거리를 만든다. 아이디어 그리고 사소한 행동들은 손님과의 대화 물꼬를 트게 만든다. 그렇다고 위에 내용들이 매뉴얼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진심으로 손님을 대하고 어떻게 해야 즐거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하면 여러 방법들을 활용할 수 있다.
<pg 173> 손님의 마음을 상상하는 힘. 장사에는 없어서는 안되는 능력 중 하나
진심으로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고 싶다면 그 순간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특히, 선물을 준비할 때, 이 선물을 받으면 좋아할까? 어떤 걸 더 맘에 들어 할까? 특별하게 포장해 볼까? 어떻게 전해주지? 등등 선물을 고르는 거부터 주는 과정까지 정말 다양한 경우를 고려하고 상상해본다. 이 시간 동안 그 사람을 생각하며 선물을 받고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면 선물을 주기 전부터 행복해진다.
<pg 57> 자세하게 자신의 가게를 가졌을 때의 모습을 구제적으로 상상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안돼.
<pg 187> 아르바이트생도 마찬가지야. 나에겐 직원이지만 다른 데서는 손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래서 가게에서 밥을 줄 때도 반드시 맛있는 걸 내주곤해.
작가는 본인 외에 모든 사람이 즉, 타인 모두를 손님이라 생각한다.
<작가의 말>장사의 기본은 ’정성‘을 들이는 것. 그리고 술장사의 기본은 ’마음을 다음 술‘을 내어 놓는 것이다.
<pg 192> 요식업은 ’100엔짜리 토마토가 300엔이 되는 장사‘지만 그 차액인 ’200엔‘은 우리들의 ’마음‘인 거야. 그러니 손님도 세 배나 더하는 토마토를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야.
그리고 장사에 있어서 진심과 정성을 다하는 작가의 태도가 보인다.
장사에서가 아닌 일상에서 나 아닌 모두에게 정성을 다하고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 해보려한다.
이 책을 읽으며 고향 친구 한 명이 떠올랐다. 그 친구는 군대에서 생각을 굳히고 전역 후 1~2달 알바해서 월세 및 생활비를 벌더니 대학교 휴학 후 홍대 술집 주방에서 막내 생활부터 배우고 있다. 이 친구를 알게 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고 있다. 대단하다. 나만의 술집을 차리겠다는 새로운 꿈을 잡기 위해 자신이 손에 쥐고 있던걸 놓고 그 꿈을 잡기 위해 달리고 있다.
22.08.30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