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보니 그래도, 삶은 꽤 괜찮았다고.
“I have been to hell and back. And let me tell yiu, it was wonderful.”
2024년 연말 현재, 도쿄 모리 미술관에서는 루이스 부르주아의 회고전이 한참입니다. 루이스 부르주아는 프랑스계 미국인으로 모리 미술관이 위치한 롯폰기 힐스 앞에 있는 커다란 거미 조형물로 유명한 예술가입니다. 이 조형물은 우리나라의 호암미술관,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등에도 동일한 작품의 에디션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루이스 부르주아는 이 시대에 흔하지 않았던 대부분의 여성 작가들처럼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로 인한 불안하고 불행한 가정환경으로 고통받았습니다. 태피스트리 복원가였던 부르주아의 아버지는 몸이 약한 아내 대신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고용했던 영국인 입주 가정교사 새디와 오랜 기간 동안 불륜을 저질렀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친자매처럼 지내온 가정교사와 아버지의 불륜을 목격한 어린 부르주아는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과 동시에 어머니에게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점철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남편의 불륜을 알면서도 그 시대의 대부분의 여성들처럼 그 사실을 묵인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부르주아는 아이를
가진 모성의 한없이 나약한 모습과 또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감내하고 맞서는 강인한 모성의 모순된 양면성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부르주아가 이때 느꼈던 양가적 감정은 그녀의 작가 인생에서 아주 오랫동안 중요한 주제가 됩니다.
전시는 크게 3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 챕터는 “Do not abandon me”, 부르주아의 어린 시절을 내내 장악했던 버림받는 두려움에 대한 내용입니다.
위 작품의 제목은 “Give or Take”로 부르주아가 느끼는 양가적인 감정을 잘 보여줍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손이 사실은 나에게 필요항 것을 뺏아가는 곤일 수도 있습니다. 마땅히 가족을 보호해야 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보호받는 행복한 가정을 파괴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었을까요?
“Crouching spider” - 부르주아의 작업에서 거미는 어머니를 뜻합니다. 태피스트리 복원을 업으로 하는 가정에서 자란 부르주아에게 실을 뽑으며 알을 품고 다니는
거미를 모성과 연결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겁니다. 이 작품 “웅크린 거미”는 위협에 겁을 먹고 웅크린 모습과 상대를 공격하려는 듯 위협하는 두 가지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The Mother” - 5는 부르주아에게 가족을 뜻하는 숫자였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와 형제자매로 이루어진 파리의 가족이 다섯이었고 파리의 가족을 떠나 미국에서 남편 로버트 골드워터와 이룬 가족 역시 다섯이었기 때문입니다. 부르주아는 골드워터와의 사이에 세 아들을 두었습니다.
붉은 두 개의 손이 마치 왈츠를 추듯 만났다 떨어지는 40장의 악보로 구성된 이 작품의 제목은 “10 am is when you come to me.”, 오전 10시는 부르주아의 오랜 조수이자 친구인 제리 고로보이가 부르주아의 작업실에 도착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부르주아를 지배했던 자기부정의 감정들 속에서 부르부아가 허우적거릴 때 고로보이는 때로는 격려하고 때로는 기다리며 부르주아가 계속해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Breasts and Blade” 이 작품은 다섯 개의 가슴과 그 아래 숨겨진 칼날로 이루어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