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don Breakfast
밖에서 아침을 사 먹는 대만의 문화가 특이하다고 썼었지만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아침을 밖에서 사 먹는다. 중국계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일본도 대부분의 카페들이 ‘모닝’이라고 하는 커피를 곁들인 아침 식사 메뉴를 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계와도 서양과도 상관없는 베트남 같은 곳에서도 출근길에 아침을 사 먹는 풍경은 특별하지 않다. 이탈리아에서도 아침 식사는 간단하게 매일 가는 카페(이탈리아에서는 여기를 Bar라고 부르지만)에서 취향대로의 커피와 브리오슈 같은 달콤한 빵을 먹고, 가끔은 생햄과 시골빵, 주스와 커피를 곁들인 거한 아침을 사 먹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최근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부터 있던 일이라, 어떻게 보면 왜 한국에서는 아침을 밖에서 사 먹는 문화가 발전하지 않았는지를 오히려 연구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얼마 전, 사누끼 우동으로 유명한 카가와를 갔지만 우동을 먹을 시간이 없었다. 매일매일 일정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도저히 메뉴에 우동을 넣을 수 있는 틈이 생기질 않았고 그래서 나와 친구는 결심했다. 호텔 조식을 제치고(!) 아침에 우동을 먹으러 가기로 말이다.
호텔 근처에는 일본식 상점가가 있었고 검색을 해보니 아침에 문을 여는 곳이 몇 군데나 있었다. 사실 아침 일찍 문을 여는 곳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대부분의 우동집이 이른 아침 식사 시간에 맞춰 문을 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이런 아케이드를 걸어가는 건 왠지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항상 새벽 등교했던 기억 때문인지…
가게의 입구.
혼자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인지 내부에는 이런 모양의 테이블이 대부분이었다. 저~~ 안쪽에 보이는 주방에 가서 원하는 우동을 말하고 튀김이나 반찬 등을 골라 담고 계산하는 시스템이었다.
국물이 있는 우동과 고민하다 결국은 비빔 우동을 선택했다. 신선한 날계란은 일본이 아니면 먹기 어렵기도 하고 탱글탱글한 우동 면발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왼쪽 위는 치쿠와 튀김이다.
이렇게 살짝 간장을 쳐서…
한국인이 많이 오는지 한국어 안내도 있다.
카가와는 시골이긴 하지만 또 완전 시골은 아니고 나름의 스타일과, 맛집과, 재미가 있어 여행하기에 괜찮은 곳인 것 같다.
나오는 길에 보니 입구 쪽에 이렇게 메뉴가 쭉 써져 있었다. 한국에서는 아침에는 꼭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석처럼 여겨지기도 했었지만, 탄수화물 폭발 우동이야 말로 아침에 먹으면 든든한 한 끼이지 않을까. 사실 우동집 안에는 건장한 남자 손님들이 대부분이었다, 하하.
카가와에는 차 위에 우동 모형을 얹고 다니는 우동 택시가 있다고 하는데 이번 방문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