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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일 암 라인] 비트라 캠퍼스_1

그림이 아니라 건물 컬렉터(?!)

by Art Around

매년 6월이 되면 전 세계의 컬렉터들이 스위스 바젤로 모여듭니다. 바로 세계적인 아트페어, 아트바젤이 열리기 때문이죠. 바젤은 스위스 국경의 아주 조그만 도시이지만 독일, 프랑스와 국경을 맞닿고 있어 오래전부터 유럽의 물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아트바젤이 이곳에서 시작되게 된 데는 그런 위치적인 이점이 크게 작용을 했습니다.


바젤에는 재미있는 미술관이 많습니다. 그리고 바젤 주변의 작은 도시들에도 마찬가지예요. 그중에 하나가 바로 바젤에서 5분 국경을 넘어 독일 바일 암 라인에 있는 비트라 캠퍼스입니다.


비트라는 스위스의 세계적인 디자인 가구 회사입니다. 적재가 가능한 의자에서부터 현대인의 생활 속에 쓰이는 많은 가구들을 디자인, 생산하고 있습니다. 비트라 캠퍼스는 이러한 비트라의 제품들을 전시하고 있는 미술관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제품을 디자인, 생산하고 있는 공장이기도 합니다. 스위스 회사인데 다만 5분이라도 귀찮게 국경을 넘어 공장을 지은 이유는 세금과 땅값 때문이라고 하네요.


전시장 안에서는 비트라의 다양한 제품을 보실 수 있지만, 사실 이곳을 방문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 비트라의 설립자인 펠바움의 독특한 취미 때문인데요, 펠바움은 특이한 것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바로 '건물'입니다. 저는 그래서 비트라의 설립자를 '건물 컬렉터'라고 부르고 있어요.


펠바움은 디자이너가 설계한 버스 정거장에서부터 영국의 자동차 박람회에 사용되었던 가설 천막까지 아름다운 선과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일찌감치부터 경매에 참여해 낙찰받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고, 기존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바일 암 라인에 현재의 공장을 새로 짓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아예 본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세계의 건축가들을 불러 모아 공장 건물들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 SANAA, 안도 타다오 등 세계 유수의 건축가들의 건물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 건축가들이 아직 지금만큼 유명해지기 전에 펠바움 회장은 그 진가를 알아보고 의뢰를 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곳에 있는 건물들은 유럽 외 작가들의 유럽 내 첫 번째 프로젝트인 경우가 많습니다. 종종 용도가 바뀌긴 하지만 최근에는 역사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프랭크 게리 설계의 건물은 프랭크 게리의 첫 번째 유럽 프로젝트였고 제품들의 최종 조립과 출하장으로 쓰이는 SANAA의 건물 역시 SANAA의 최초 유럽 프로젝트였습니다. 한국의 DDP를 설계하고 몇 년 전 심장마비로 이른 나이에 별세한 이란의 여자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유럽 첫 번째 프로젝트, 그리고 현재 각종 미팅룸으로 쓰이는 안도 타다오 설계의 건물도 역시나 안도 타다오의 유럽 첫 번째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정도면 펠바움 회장의 안목이 정말 놀랍지 않나요?


비트라 캠퍼스는 실제 공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몇몇 구역을 제외하고는 보안과 안전의 문제로 회사의 가이드 없이 출입이 불가능합니다. 위 건물은 비트라 캠퍼스에 가면 가장 먼저 들어갈 수 있는 건물입니다. 카페와 아트샵이 있고, 비트라의 디자인 제품들이 시즌마다 바뀌며 디스플레이되어 있습니다.

자하 하디드의 건물

SANAA의 건물

그리고 안도 타다오의 건물입니다.

각 건물들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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