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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하그]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_2

그리고 렘브란트

by Art Around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은 건물 전체가 해자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작품들을 감상하며 방과 방을 지나갈 때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유난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미술관입니다.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에서는 꽤 많은 렘브란트의 작업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에 대한 연구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위 작품은 1663년 작품으로 제목은 Homer입니다.


작가로 활동하던 초창기 시절부터 인기가 있었던 렘브란트는 ‘퇼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이 작품 역시 마우리츠호이스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깜박했네요!)를 기점으로 약 10년 동안 인생의 절정기에 이릅니다. 밀려드는 주문을 다 해내지 못할 정도였고, 자신에게 과분하게 넘치는 사스키아와 결혼도 했으며, 당연히 금전적으로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비싼 집을 대금의 1/4만 현금으로 결제하고 사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명성이 계속되리라 자신만만했던 것이죠. 하지만 렘브란트의 작가 인생은 암스테르담 왕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 야경‘을 완성했던 시기를 기점으로 저물어가기 시작했으며, 경제적 상황 역시 그러했습니다. 아이를 낳고 후유증으로 아내 사스키아가 사망하자 애지중지 아들 티투스를 키웠지만 그마저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인생의 말년에 아무도 찾지 않는 렘브란트는 유대인 할렘 구역인 게토에서 쓸쓸히 살다 사망하게 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을 때까지 붓을 놓지 않습니다.

이 시기에 렘브란트는 성경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을 주로 그렸고, 본인을 그런 이야기 속의 인물로 그려 넣기도 했습니다. 유난히 많은 자화상을

남긴 렘브란트인데, 자신만만하던 젊은 시절에서부터 모든 것을 잃고 그림만이 남은 노년에 이르기까지 렘브란트의 자화상 혹은 인물화를 통해서 마치 인간의 서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Homer(시인 호메로스)는 원래 시각장애인이었기에 그림의 오른쪽 아래에는 시를 받아쓰던 필경사의 모습까지 그려져 있었지만 화재로 소실되고 지금은 종이와 종이를 잡고 있는 두 손가락만 남아있습니다.

이 작품의 제목은 ‘늙은 남자의 두상 Tronie of an Old Man’으로 렘브란트, 혹은 렘브란트의 제자에 의해 그려졌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미술관 소장이 아니라 전 디렉터인 Bredius가 구매하여 미술관에 빌려준 이래 이 자리에 걸려있는 작품으로, 아마도 렘브란트의 아버지를 그린 것으로 추정되나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이 작품 역시 이전에는 렘브란트의 작품으로 알려졌었지만 지금은 아마도 렘브란트의 제자가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작품의 제목은 ‘Study of an Old Man’입니다. 그림 속의 인물 역시 렘브란트의 형제 중 한 명으로 추정되었으나 계속된 연구에서 비슷한 인물이 이 시기의 다른 그림에도 등장하는 점, 이 시기의

렘브란트는 이미 가족을 거의 만나지 않고 살았던 점 등을 통해 아마도 돈을 받고 일했던 전문 모델일 것으로 지금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Two African Men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두 명의 흑인을 그린 작품입니다. 얼굴을 제외한 부분들이 러프하게 남아있어 미완성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렘브란트의 서명이 있는 것을 보면 완성작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이 당시 네덜란드에는 상당수의 흑인들이 존재했지만 대부분의 작품들 속에서 배경의 일부로 그려졌을 뿐입니다. 이 작품에서 렘브란트는 두 명의 흑인을 주인공으로 그렸습니다. 이후 서양미술사에서 흑인이 다시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바스키아에 이르러서입니다.

이 작품은 Portrait of Rbrandt with a Gorget(고겟을 한 렘브란트의 초상)입니다. 고겟은 그림 속에서 렘브란트가 목에 하고 있는 레이스 주름 장식입니다. 오랫동안 이 작품은 렘브란트의 진품으로 여겨졌으며 뉘른베르크의 미술관에 같은 작품이 한 점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약 25년 전에 마우리츠호이스에 있는 이 작품 물감층의 아래에 렘브란트의 다른 초상화의 드로잉이 발견되었고 이는 렘브란트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특징이기에 결국 이 작품은 뉘른베르크에 있는 작품의 복제품으로 판정받게 되었습니다. 뉘른베르크에 있는 작품이 진품이며, 이 작품은 렘브란트 화실의 누군가가 연습 삼아 그렸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 작품은 루벤스의 작품입니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와 매너리즘을 플랑드르 지역에 전파하고 높은 사교성으로 인해 외교관의 역할까지 하며 스페인의 벨라스케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화가입니다. 작품의 제목은 Old Woman and Boy with a Candle로, 이탈리아 매너리즘의 대가 카라바조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강한 명암 기법(키아로 스쿠로 Chiaro Scuro)이 인상적입니다.


이야기를 마치며 보니 이번 편에서는 주로 렘브란트의 진품이었다 아닌 것으로 밝혀진 작품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되었네요. 마우리츠호이스 미술관에서는 당연히 많은 렘브란트의 진품들과 네덜란드의 황금기를 구가했던 화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현대식 건축물도 좋지만 네덜란드에서의 하루 정도는 카펫이 깔려있는 우아한 저택에서 마치 건물의 일부인듯한 작품들과 서정적인 풍경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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