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의 지향,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작년 히로시마의 시모세 미술관이 유네스코에서 제정한 건축상 베르사유상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을 수상하며 약간의 명성이 가려지긴 했지만 미호미술관은 아주 오랫동안 수상이나 다른 경력 없이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을 가져왔고, 그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미호미술관은 간사이 지방의 시가현 산속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간사이 지방의 대표적인 도시인 오사카, 교토, 나고야 등 어느 도시에서 가도 약 1시간 반-2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그것은 이 미술관을 지을 때 이미 의도된 것이었습니다. 일본의 한 종교재단에 의해 설립된 이 미술관은 종교에서 지향하고자 하는 이상향, 동양의 전통적인 유토피아인 샹그릴라(Shangrila)를 모티브로 하고 있었고, 그에 따라 어느 도심에서도 가장 먼 숲 속에 위치하고자 했습니다.
미호미술관의 설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더니즘 건축의 대가 I.M. Pei가 맡았습니다. 만약 I.M. Pei가 누구신지 모르신다면, 루브르 박물관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된 유리 피라미드의 건축가라고 하면 쉽게 연관이 될 것 같네요.
이상향을 모티브로 했기에, 깊은 산길을 구불구불 올라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면 모든 관람객은 상징적인 다리와 터널을 걸어서 통과해야만 미술관의 입구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 터널을 지나가는 것은 마치 다른 하나의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모더니즘 건축의 대가답게, 그리고 루브르의 유리 피라미드의 느낌 그대로 미호미술관은 기하학적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과 삼각형, 사각형의 형태를 조화롭게 사용한 이 미술관은 내부의 마감재를 마치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은 느낌이 나는 석재를 사용해 권위 있고 고전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기하학적인 형태의 유리와 문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통해 마치 비잔틴 성당처럼 경건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미술관의 비밀스러운 느낌을 위해 I.M. Pei는 건물을 지은 후 약 80%를 다시 땅 속에 묻어 그야말로 찾기 힘든 산속의 유토피아 같은 미술관을 만들어냈습니다.
미호미술관의 조경은 독특한 수생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땅으로 흘러내리는 듯한 벚나무가 벚꽃이 필 때면 절경을 이룹니다. 다만, 깊은 산속이다 보니 지역의 일반적인 벚꽃 개화 시기와는 조금 늦은 시기에 만개해 벚꽃이 활짝 핀 미호미술관을 보려면 매년 긴 기다림이 필요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