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밤의 미야지마

여러 번 갔던 여행지의 아름다움

by Art Around

여행을 다니다 보면 한 번 갔던 곳은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사람과 갔던 곳을 다시 가보고 싶다는 사람, 두 부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저는 어떤 쪽이냐 하면, 갔던 곳을 다시 가보고 싶은 쪽에 속하는 것 같네요. 처음 방문했을 때 낯선 환경 속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두 번째 방문해 좀 더 익숙해졌을 때는 새롭게 발견하게 됩니다. 세 번째에도 그러하고, 아예 그곳에 살게 된다면 여행할 때와는 완전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겠죠. 그래서 ‘한 달 살기’라는 것이 유행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여러 번 미야지마를 방문했지만 보통은 오전에 방문해서 오후에 나오는 코스였습니다. 주변 히로시마나 이와쿠니에도 볼 것이 많기 때문에 굳이 섬 안에서 숙박할 생각을 하지 못했었죠.

이번에는 섬 안에 료칸에서 숙박을 했고, 밤의 미야지마를 구경하게 되었습니다. 배가 꽤 늦은 시간까지 다니는 것에 반해 밤 7시가 넘어가자 인적이 끊기기 시작하고 8시쯤 되자 섬은 사람이 아니라 사슴들의 세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숙박하던 료칸의 복도 끝에서 이츠쿠시마 신사의 토리이가 정면으로 보이는 풍경이 일본 집들의 직선 지붕과 운치 있게 어우러졌습니다. 시선의 가운데 키 큰 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아마 봄부터 가을까지는 나무의 잎들에 가려 토리이가 보이지 않을 것 같아서 이 풍경이 겨울 여행의 행운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토리이에는 밤새도록 적절한 조명을 비춰줬어요. 이츠쿠시마 신사의 토리이는 바닥에 박아놓은 것이 아니라 세워놓은 형태라 합니다. 그래서 기울어도 잘 넘어지지 않게 주기둥 양옆으로 작은 기둥을 두 개씩 세워 보충을 해뒀어요. 지붕에도 돌을 넣어 적당한 무게로 토리이를 누르고 있다고 합니다.

신사에는 초록색 조명을 켜뒀어요. 조명과 고요한 물이 어우러져 더욱 신비한 느낌이었습니다.

섬 안의 편의점은 선착장 앞에 있는데 이번에 가보니 새로운 가게들이 그 새 또 많이 생겼더군요. 이 섬에 흔한 굴 구이를 파는 가게인데 간판의 굴 그림이 재밌어서 찍어봤어요. EAT이라는 간결하고도 명확한 메시지도요.

밤의 섬에는 이곳저곳에서 사슴들이 자유롭게 어슬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기일까요? 소방서 근처에서 나란한 엉덩이가 귀여웠어요.

다시 아침에 찍은 토리이.

기분 탓인지 이번에는 물이 훨씬 깨끗해서 물 색이 예쁜 것 같았습니다.

미야지마에 갈 때마다 구운 굴을 먹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알이 두 개가 들어있었어요. 이 정도면 자랑할만하지 않나요?


첫날 꽤 심한 비가 왔었는데, 그 덕분인지 다음 날부터는 유독 깨끗한 하늘과 바다를 볼 수 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낮의 인파에 비해서 밤에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섬은 조용해졌는데, 그 길을 사슴과 함께 유유자적 산책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섬 안에서 한 번 숙박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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