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제의 마지막 작품
매년 6월, 세계적인 아트 페어가 열리는 스위스 바젤에서 국경을 넘어 멀지 않은 곳에 롱샹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마을에 약국 하나, 우체국 하나, 슈퍼 하나가 있는 프랑스에서도 아주 아주 작은 시골 마을입니다. 마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어를 하지 못하고 파리나 리옹 같은 프랑스의 큰 도시에서 오려면 먼 길을 여행해야 합니다. 스위스 바젤에서 국경을 넘으면 한 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어요.
이 작은 마을까지 오는 이유는 바로 르 코르뷔제의 마지막 작품, 롱샹 성당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르 코르뷔제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며 안도 타다오 등 우리가 아는 많은 건축가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건축가로 꼽히곤 하는데, 그 이유는 르 코르뷔제가 살았던 시기가 근대 건축에서 현대 건축으로의 변화가 시작되던 시기였으며, 노출 콘크리트의 사용 등 현대 건축의 기반이 되는 많은 규칙과 이론들을 정립한 사람이 바로 르 코르뷔제이기 때문입니다.
르 코르뷔제는 문의 사이즈, 창문의 사이즈에서부터 많은 것들을 인체의 평균적인 사이즈에 기반하여 모듈화 하여 대량 생산과 값싼 생산이 가능하도록 만들려고 했습니다. 심지어 지금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신도시의 가장 기본적인 모델을 만든 것도 르 코르뷔제죠.
이러한 르 코르뷔제의 마지막 작품인 롱샹 성당은 그동안의 르 코르뷔제의 이론과 철학과는 단 한 치도 들어맞지 않는 건물입니다. 마치 게딱지의 모양을 형상화하여지었다는 이 성당의 벽은 서로 다른 두께를 가지고 있으며 창문의 형태 역시 다 제각각입니다. 그 서로 다른 창문에는 산업화와는 동떨어진 하나하나 제작해 만든 서로 다른 모양의 유리가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끼워져 있죠.
서로 다른 모양과 색의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빛은 성당 안에 경건함을 더해줍니다. 비정상적으로 두꺼운 콘크리트 벽 역시 서로 다른 경사도의 창문 턱을 이루고 있어 밖에서 들어오는 빛들의 개성을 살려줍니다.
롱샹 성당의 정식 명칭은 Notre Dame de Haute, 즉, ‘위의 성당’입니다. 원래 언덕 아래 롱샹 마을의 중앙에 위치했던 성당이 폭격으로 파괴되면서 성당을 새로 지어야 했고, 새 성당을 언덕 위에 짓게 되면서 기존의 성당과는 구분하기 위해 ‘(언덕) 위의 성당’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죠.
건물의 내부는 노출 콘크리트를 좋아했던 르 코르뷔제의 취향대로 스위스의 자연 날 것 그대로인 듯 거친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성당 건축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인 단상에서의 울림이 좋습니다. 크지 않고, 막힘이 없는 내부 구조이지만 구석구석 르 코르뷔제의 특징적인 기하학적 빛을 느껴볼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이후 성당의 매표소와 순례자들을 위한 공간은 프랑스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이탈리아의 렌조 피아노가 설계했습니다.
아주 아주 작은 프랑스의 시골 마을, 이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