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모리의 개와 숲의 소녀
최고 강설량이 약 20m를 기록하는 설국 아오모리는 세계적인 팝아티스트 요시토모 나라의 고향입니다. 흔히 10월, 11월부터 다음 해 3, 4월까지 항상 눈에 파묻혀 지내는 이곳에는 대표적으로 아오모리 현립미술관과 도와다 시립미술관이 있습니다.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은 마치 어릴 적 요시토모 나라의 집처럼, 시내이기는 하지만 시내의 중심에서는 살짝 빗겨 나 숲과 도시의 경계 즈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연이은 폭설로 비교적 일찍 미술관을 나서야 했지만 해가 질 즈음이 되면 눈과 숲의 나라 아오모리를 상징하며 새하얀 미술관 벽에 초록색의 나무가 모여있는 조명이 켜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술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단연코 샤갈의 알레코를 꼽을 수 있습니다. 티켓팅을 하고 전시실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오는 알레코 홀에 이 네 작품이 걸려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라흐마니노프의 첫 번째 오페라 알레코를 발레 공연화 할 때, 당시 전쟁 때문에 미국에 피해 있던 샤갈에게 의뢰한 작품들입니다. 귀족 청년 알레코가 상류사회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낭만적인 집시사회에 들어가고자 하지만, 결국 질투와 복수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고 진정으로 마음에 집시의 자유를 가지지 못한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살인을 저지른 알레코를 집시사회는 법정에 세우는 대신 본인들의 세계에서 영원히 추방하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위 작업이 아마도 마지막 챕터인, 집시사회에서 영원히 추방당하는 알레코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미술관에는 아오모리의 대표 작가인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을 여러 점 소장하고 있는데요,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오모리 개’라 불리는 이 작품입니다.
많이들 못 보고 지나치지만 야외로 나가면 팔각당이라 불리는 팔각형 모양의 담장 안에 Miss Forest라 불리는 조형물도 있습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일하러 나가시고, 시내와는 조금 떨어진 숲에 가까운 고독하고 외로운 집 안에서 어린 요시토모는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팝뮤직을 듣거나,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지냈습니다. 창 밖에서는 눈을 감아 도는 숲바람 소리가 들렸을 것 같습니다.
약 150cm의 눈이 쌓인 오늘, Miss Forest의 얼굴은 거의 알아보기 어렵고 마치 눈이 쌓인 거대한 트리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원래 Miss Forest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을 첨부합니다. 이렇게나 쌓인 차가운 눈 속에 숨겨진 Miss Forest의 얼굴은, 한참 편안하고 편안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