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의 빛을 모아 만든 갤러리
나오시마의 밸리 갤러리는 아직 세상이 Covid-19의 끝자락에 있던 2022년에 오픈했습니다.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과 지중미술관, 이우환 공간 및 이에 프로젝트들로 오랫동안 완성된 형태로 운영되던 나오시마에 아주 오랜만에 새롭게 오픈한 공간입니다. 밸리 갤러리는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이끈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9번째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밸리 갤러리는 말 그대로 나오시마에 있는 산의 협곡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빛이 잘 들지 않는 빽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가운데 계곡의 빛이 모이는 듯한 자리입니다. 입구는 이우환 공간 맞은편입니다. 자연의 빛만을 이용한 반쯤 오픈된 공간이기 때문에 나오시마의 다른 미술관들보다 조금 일찍 닫는 편입니다. 저는 오전 방문을 추천해요.
밸리 갤러리는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건물과, 야요이 쿠사마와 츠요시 오자와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받지 못한 쿠사마는 1966년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자르디니(Giardini)의 정원(이태리어로 giardini는 정원, garden이라는 뜻입니다)에서 기모노를 입고 은빛 공을 파는 퍼포먼스를 열었습니다. 허가를 받지 않고 했던 이 퍼포먼스의 제목은 지금 나오시마의 밸리 갤러리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과 같은 "Narcissus Garden"입니다. 이때 쿠사마는 "Your Narcissism for Sale"이라는 간판을 걸고 은빛 공을 하나에 2달러에 판매했다고 하는데, 공을 구매했던 분들은 아직도 그 공을 가지고 계실까요?
츠요시 오자와의 작품은 "테시마의 폐기물로 만든 88개의 부처상"입니다. 일본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돌로 만든 작은 부처상을 오자와는 사람들이 떠나간 섬에서 발견한 페 고무벨트 등의 재료들로 재현했습니다.
밸리 갤러리 건물로 가는 길 곳곳에는 쿠사마의 은빛 공들이 놓여있습니다.
건물 내부는 서로 다른 각도의 사선들로 구성되어 있고, 반쯤 오픈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빛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냅니다. 계곡의 양지바른 땅에 잠깐 모이는 햇살을 마치 돋보기로 모아놓는 것 같은 건물이에요.
쿠사마의 은빛 공은 속이 비어 가벼운지 연못의 여기저기를 미끄러져 다닙니다. 가끔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에는 서로 탕! 탕! 부딪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시간이 있다면 하염없이 앉아 물 위의 공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