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꿈의 무대인가 - 안도 타다오
오사카에서 차로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하는 아와지시마 섬에는 안도 타다오 설계의 ‘유메부타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호텔과 정원, 무대와 식물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 이곳은 오사카와 가까운 오사카만을 활용하여 국제적인 행사를 개최하고자 개발된 곳입니다.
1970-1980년대에 본격적으로 파헤쳐지기 시작한 이 섬은 원래 1998년에 안도 타다오 설계의 유메부타이 개장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1995년 한신대지진의 여파로 2년 늦춰진 2000년에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유메부타이’는 ‘꿈의 무대’라는 뜻입니다. 대규모 호텔과 회의장을 갖춘 이곳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는 웅장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이것은 누구의 꿈의 무대일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구석구석, 하나하나, 안도 타다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으며 이 정도의 복합적인 대규모의 설계를, 본인의 건축 철학을 관철시키면서 진행하는 것은 어느 건축가에게든 쉽게 오는 기회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다른 예술과는 달리, 건축은 실행에 특히나 많은 돈이 들기 때문에 건축가가 자기가 생각한 대로의 작품을 만들만한 기회는 쉽게 오지 않습니다. 막상 실제로 구현했을 때, 생각했던 이미지나 느낌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런 경우의 기회비용도 아주 커지게 마련이고요.
이곳의 가장 대표적인 시설 중 하나는 ‘백단원’이라 불리는 정원입니다. 백 개의 단으로 이루어진 정원인데, 주어진 경사 지형을 잘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한신대지진에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바치는 일종의 제단이기도 합니다.
안도 타다오 특유의 수변 공간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줍니다. 시각적으로 뿐만 아니라, 청각적인 이미지가 전체 공간을 압도합니다.
수변 공간의 바닥은 깨끗하고 흰 가리비 껍데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착각일까요? 끊임없이 흐르는 물과 함께 더 반짝거리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짧은 산책로를 걸으면 꽤 울림이 좋은 야외 원형 극장이 있습니다.
생각보다 정확한 해시계도 있고요.
안도 타다오 버전 스테인드 글라스라 할 수 있는 빛의 교회입니다.
중세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종교에 경건한 마음을 가지게 하기 위해 성당의 창을 스테인드 글라스로 꾸몄습니다. 안도 타다오의 교회는 빛으로 십자가를 만들었네요.
이외에 별도의 입장료를 내면 들어갈 수 있는 온실 등이 있습니다.
건축가들에게, 이 정도의 프로젝트를 해볼 만한 기회가 일생에 몇 번 정도 찾아올까요? 물론 안도 타다오는 이 당시에도 이미 들어오는 프로젝트를 선별해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건축가였지만, 대중들이 들어올 수 있는 다양한 시설들이 갖춰지고 자연과 어우러진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는, 안도 타다오에게도 꿈의 무대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