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b.1882-1967)
그의 이름은 누군가에게는 꽤나 친숙한 이름일지도,
또 누군가에게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낯선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이 그림을 보신다면,
고개를 갸우뚱하던 몇몇 분들의 머릿속의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에서 위 작품을 비롯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13점을 묘사하였으며
SSG 광고, 애니메이션, 패션 사진 등에서도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패러디 및 오마주 하여
많은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죠.
감사하게도,
올해 겨울 뉴욕 휘트니 뮤지엄에서 열린
에드워드 호퍼의 대규모 회고전
<Edward Hopper's New York>과
올여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를
모두 관람하였는데요!
오늘 [아트 한입]에서는
뉴요커의 공허하고도 고독한 내면과 외면의 풍경을 담아낸 미국 사실주의 화가이자 판화가인 에드워드 호퍼가 2023년, 뉴욕과 서울에서 개최한 개인전을 함께 비교하며 감상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서울에서의 첫 개인전인 에드워드 호퍼 전시의 대부분의 작품은 뉴욕 휘트니 뮤지엄에서 온 것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작품 수는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의 회고전이 더 많았으며,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유명 원화 중 다수는 서울 전시에서 만나볼 수는 없었습니다.
서울 전시의 주목할 만한 점은
1) <A Morning in the Sun> 작품 속 주인공이 되어볼 수 있는 관객 참여 포토존이 있었다는 점,
2) 드로잉, 판화, 수채화, 유화 등의 다양한 작품으로 전시가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
3) 아내 조세핀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에드워드 호퍼의 삶과 작업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두 전시의 디피 방식의 차이가 있었는데요!
작게는, 휘트니에서 보았던 드로잉 작품의 디피 방식과 서울시립미술관의 디피 방식이 달랐다는 점부터
크게는, 전시에서 주목한 부분, 전시 관람 순서와 구역을 나누는 기준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뉴욕 전시에서는 호퍼의 뉴욕 생활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그림을 테마별로 나누어 총 7개의 섹션으로 아래와 같이 구성했습니다.
호퍼 작품의 특징을 살펴보는
1) The City in Print,
2) The Window,
3) The Horizontal City,
4) Washington Square,
5) Theater,
호퍼만의 뉴욕 감성을 담은
6) Reality and Fantasy,
호퍼 작품의 탄생 배경을 소개하는
7) Sketching New York
총 3층으로 이루어진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 관람은 2층-3층-1층의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작품의 제작연도에 따른 시간순이 아닌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일대, 케이프코드 등
에드워드 호퍼가 머물던 지역을 기반으로
전시의 각 영역이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가 65년간 작품 활동을 하며 담아낸
도시의 일상부터 자연으로의 회귀를 거듭하기까지의
발자취를 따라갈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이번 서울 전시는 오는 8월 20일까지입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는
유독 창문이 많이 등장합니다.
지상층에는 상점이나 상업 공간이, 그 위층부터는 주거 공간과 사무실이 위치하는 주상복합이 특징적인 도시에서, 고가 열차는 대중교통을 사적인 영역으로 들여오며 일상적인 공간을 호기심 많은 승객들을 위한 영화관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밝은 빛이 새어 나오는 방의 풍경은 어두운 건물의 외벽 및 창틀과 선명한 대조를 이루며 영화의 필름을 연상시킵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커튼은 공연의 막이 열렸음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그림 아랫부분의 1/3 가량에 아래층의 어두운 창문을 그려 넣음으로써 빛과 어둠,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의 대비가 극명한 창가의 밤 풍경을 관음증적 시선에서 보여줍니다.
반쯤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있는 여인의 뒷모습과 방 한켠에 보이는 침대의 한쪽 모서리는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건물의 외부에서 창문으로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장면을 통해 개인의 내밀한 삶의 다양한 영역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건물 내부에서 창문을 통해 도시 풍경을 내다보기도 합니다.
뉴욕 휘트니 뮤지엄에서 함께한 위 작품 <Morning Sun>은 아쉽게도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기에 사진으로나마 함께 감상하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Morning Sun>을 비롯한
1940년대 후반~1950년대의 작품에서
그의 초기 판화와 회화에서 탐구하던
창가의 여인을 다시 모티브로 합니다.
단순한 침실의 풍경은 그 안에 자리한 인물을 강조하며
창문을 통해 벽에 드리우는 햇빛은 내부와 외부 공간을 물리적으로 연결합니다.
작품 속 호퍼의 아내 조세핀을 모델로 한 이 여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태양을 마주한 채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입니다.
공허한 눈동자는 도시에서 인간이 느끼는
고립감과 고독을 암시합니다.
* 위 작품 제작 당시 조세핀의 나이는 68세로, 에드워드 호퍼는 조세핀의 특징을 유지한 채 더 젊은 모습으로 묘사했습니다.
** 에드워드 호퍼는 1913년부터 그가 사망한 해인 1967년까지 Washington Square North의 4층에서 살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작품 속 창밖에 보이는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은 실제 에드워드 호퍼의 거주지였던 Washington Square North에 있던 건물이 아니며, 그는 작품 제작에 앞서 창문 너머 다양한 건물을 배치하는 시도를 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대표작 중 하나인 <Automat> 역시, 서울이 아닌 뉴욕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자동판매기(Automat)'은 1920년대 뉴욕에서 인기를 끌던 늦은 밤까지 운영하는 저렴한 무인 식당입니다.
늘어난 전문직 종사자와 '혼밥'하는 사람들이 애용하기도 했습니다.
도시의 자동판매기를 빈번히 들리던 에드워드 호퍼에게 이는 매우 익숙한 풍경이기도 했는데요. 조세핀은 호퍼가 이곳에서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는 것에 대해 걱정을 하곤 했다고 합니다.
어두운 밤, 조명이 켜진 약국의 창문은 지나다니는 행인의 눈길을 끕니다.
작가가 살던 그리니치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19세기 경의 코너에 위치한 약국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1929년 뉴욕 Frank K.M. Rehn 갤러리에서 열린 에드워드 호퍼의 개인전에서 <Drug Store>를 보고, 한 비평가는 '사라져 가는 지역 풍경'에 대해 작가가 느꼈을 향수를 이야기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학생 때 습작으로 자화상을 다수 그렸으나, 이후에는 자화상을 거의 그리지 않았습니다.
그의 나이 50이 다 되어서야 자화상 한 점을 그렸는데,
바로 위의 작품입니다.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처럼,
에드워드 호퍼는 무심한 응시를 하며
어디가 고독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
호퍼는 무려 195cm(6 feet 5inches)에 달하는 장신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12세에 이미 183cm였으며, 이는 그의 고립감과 외로움을 증가시키는 데에 확실히 기여했습니다.
큰 키와 마른 체형의 호퍼는 '메뚜기(grasshopper)'라고 학우들의 놀림을 받았고, 이는 그의 개인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강화시켰습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젊은 시절 일러스트레이터로 잡지의 삽화를 그리며 생계를 연명하였습니다.
그런 에드워드 호퍼에게 인생의 큰 전환을 가져다준 것은 결혼이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그의 나이 40이 넘어 뉴욕 미술 디자인 학교 시절 동창이었던 조세핀 니버슨을 만나 여생을 함께했습니다.
1924년, 조세핀과 호퍼가 결혼하던 무렵,
조세핀은 이미 성공한 예술가이자 배우였습니다.
조세핀은 1923년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열린 미국과 유럽 작가의 단체전에 참여할 때 호퍼의 작품을 함께 제안하였습니다. 이는 브루클린 미술관에서의 호퍼의 작품 전시 및 호퍼 작품의 두 번째 판매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조세핀 또한 예술 활동을 하였으나,
호퍼를 서포트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며 그의 작품에 전념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와 조세핀은 모든 면에서 정반대였습니다. 개방적이고, 사교적이었던 조세핀은 말수가 적으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하는 호퍼를 대신해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하며, 호퍼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호퍼에 대한 호평에 큰 공헌을 한 조세핀은 호퍼의 작품 관련 장부를 꼼꼼히 작성하였습니다.
호퍼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었던 조세핀은 다수의 작품 속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든든한 사업적 파트너이자 반려자, 모델이었던 조세핀과 평생을 함께한 호퍼의 사이에 언제나 웃는 순간만 있던 것은 결코 아니지만 둘의 사이가 좋을 땐 에드워드, 사이가 좋지 않을 땐 'E'라고 그를 칭하면서도 옆자리를 굳건히 지킨 조세핀의 모습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 미소를 짓게 합니다.
뮤즈 이상의 존재였던 조세핀이 자신의 삶과 작품에 미친 커다랗고, 긍정적인 영향을 뒤늦게 깨달은 에드워드 호퍼는 그의 마지막 작품인 <Two Comedians>에서 광대 복장을 한 자신과 조세핀이 손을 잡고 인사를 하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혼자가 아닌 그의 파트너와 함께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Farewell Painting'이었습니다.
이번 [아트 한입]에서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세계와 호퍼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뉴욕과 서울에서의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아트 한입] 에드워드 호퍼 전시 2편에서는 에드워드 호퍼의 뉴욕, 워싱턴 등에서의 삶과 여행을 중심으로 그의 발자취를 따른 이야기와 시선, 감수성을 한층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어떤 영감을 얻게 되실지 벌써부터 궁금한데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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