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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베이커 Jul 06. 2023

[아트 한입] 전시 |
열정 담긴 시선이 머문 곳은?

뉴욕 휘트니 미술관 | Edward Hopper’s New York


지난 [아트 한입] 에드워드 호퍼 1편에서는

도시 속 현대인의 고독,

호퍼 부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미국 뉴욕 휘트니미술관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에드워드 호퍼의 개인전 속 작품을 살펴보았습니다.


2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트 한입] 열정 담긴 시선이 머문 곳은? © 2023. ART BAKER


현대인의 고독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b.1882-1967)

사실 그의 작품 초기부터 다채롭고 심오한 시선으로

삶의 면면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다양한 장소와 공간에서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여행 문학, 예술로부터 받은 영감 그리고 상상력을 더하여 그의 감수성과 예술 세계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에드워드 호퍼에게 영감을 가득 불어넣어 주었던

극장 풍경을 비롯한 그의 발자취를 따라 함께 가보시죠!✈️


에드워드 호퍼 2편입니다!




01 호퍼의 상상 속 뉴욕의 극장 풍경


<Two on the Aisle>, 1927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에드워드 호퍼에게 극장은 그의 시각적 영감의 원천이자 열정이 담긴 공간이었습니다.


<Two on the Aisle>은 에드워드 호퍼가 극장 내부의 모습을 포착한 첫 번째 주요 작품입니다.


그는 작품에서 무대 위의 배우들이 아닌, 극장의 관객들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New York Movie>, 1939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New York Movie>는 호퍼의 그림 중 극장 스크린을 묘사한 유일한 그림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매력적이면서도 복잡한 공간 구성이 돋보입니다.


스크린, 영화를 보는 관객, 푸른 카펫, 계단 앞에 서있는 안내원...


빛나는 영화 스크린 속 세상에 몰입한 관객들과는 대조적으로 영화를 수도 없이 많이 봤을 안내원은

지금, 여기에 있기보다는 자신만의 생각에 잠긴 채 그저 영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듯합니다.


어쩌면 그는 극장 너머 실제의 삶에 분명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것이며, 더 큰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을 이미 아는 듯합니다.


이 작품은 여러 방향에서 오는 빛의 숙련된 표현과 여인의 사실적인 묘사로 찬사를 받았습니다.


<Street Scene>, 1929 (좌) / <Morosco Theatre>, c.1933 (우)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호퍼의 여느 작품에서처럼, 아내 조세핀작품 속 관객과 안내원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조세핀은 아파트 복도의 램프 아래에 서서 안내원의 포즈를 취했습니다.


조세핀은 에드워드 호퍼가 모든 요소들을 하나의 화면 안에 모아 구성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얘기했습니다.


작품 속에는 뉴욕에서 호퍼가 사랑한 4개 극장인 The Globe, Palace, Republic, Strand가 혼합되어 공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Hopper's Drawings for <New York Movie>, 1939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에드워드 호퍼가 이 작품을 제작하기에 앞서 그린 53개의 스케치를 휘트니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그림 속에서는 각 극장의 특징적인 디자인이 정확히 나타나 있으며, 그가 좋아하는 4개의 극장이 공유하는 공통적인 건축 유형을 함께 보여줍니다.




02 호퍼 부부가 발코니에서 내려다본 풍경


<The Sheridan Theatre>, 1937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작품 속 셰리던 극장(Sheridan Theatre)은 호퍼 부부의 집이 위치한 워싱턴 스퀘어 그리니치 빌리지 근처입니다.


<The Sheridan Theatre>는 호퍼의 작품 다수에서 볼 수 있는 실제 여러 극장의 세부 요소를 담은 스케치와 스튜디오에서 신중하게 구성하여 완성된 상상 속 극장의 모습과는 달리, 특정 실제 극장 공간을 묘사한 유일한 작품입니다.


호퍼는 이 극장의 독특한 로비와 타원형의 메자닌에 주목했습니다.


호퍼는 셰리던 극장의 조명과 빛을 재현하기 위해 그의 스튜디오에서 불을 끈 채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Selection of ticket stubs from productions the Hoppers attended>, 1925-36 @ Whitney Museum © 아트베이커


호퍼 부부는 앞선 셰리던 극장 외에도 타임스 스퀘어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극장을 자주 찾았습니다.


<호퍼 부부가 관람한 연극 티켓 모음>, 1925-36 @ 서울시립미술관 © 2023. 아트베이커


부부가 함께 관람한 전시 티켓은 뉴욕과 서울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었는데요.


130장 이상의 공연과 이벤트의 티켓은 호퍼 부부의 뉴욕 생활이 반영된, 눈에 띄는 기록 중 하나입니다.


<Ticket stubs from theater productions the Hoppers attended>, 1925-36 © Whitney Museum


호퍼 부부가 관람한 공연 티켓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주로 발코니석에 앉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조류처럼 변화하는 성공의 흐름에 대해 늘 인식하며 검소한 생활을 했던 부부는 평소에도 저렴한 식사와 옷을 선호했으며, 성공을 거둔 뒤에도 워싱턴 스퀘어 북쪽의 집에 쭉 살았습니다.


호퍼 부부에게 유일한 사치는 극장 및 영화 티켓에 돈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At the Theater>, c.1916-22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The Balcony>, 1928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속에서는 발코니석에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점을 활용한 구도에 대한 그의 관심을 엿볼 수 있습니다.




03 극장에서 마주한 고독


<Solitary Figure in a Theater>, c.1902-04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에드워드 호퍼의 초기 작품에서부터 극장은 중요한 주제이자 은유였습니다.


1906년, 호퍼는 프랑스 가족과 함께 파리에 살던 시절, 그 도시와 문화와 사랑에 빠져 야외에서 그림을 자주 그리곤 했습니다.


호퍼가 프랑스 아방가르드와 인상주의를 탐색하기 위해 떠났던 파리 여행 전에 이미 그의 작품의 주요한 특징인 음울하고, 골자만 남긴 이미지에 이미 도달했다는 사실은 매우 놀랍습니다.


<Intermission>, 1963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호퍼는 작업을 이어나가는 동안, 극장에 고독하게 앉아있는 한 여인의 이미지로 계속 회귀했습니다.


<Study for First Row Orchestra>, 1951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Ibsen>, c.1900-06, <Group of Musicians in an Orchestra Pit>, 1904-06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Ibsen (At the Theater)>, c.1900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에드워드 호퍼는 작품에 고독한 인물을 가장 많이 담았습니다. 이는 그가 느낀 외로운 감정에 대한 표현이라기보다는 고요하고 깊은 자기 성찰에 대한 선호를 드러내는 것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04 어둠 속 빛이 머무는 곳


<Early Sunday Morning>, 1930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이른 아침의 해가 스며드는 뉴욕시 Seventh Avenue의 작은 상점을 묘사한 작품입니다.


에드워드 호퍼는 미국의 주요 사실주의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현실을 그대로 그렸다기보다는 단순화된 형태구성과 같은 회화적 요소에 더 관심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림 속에 표현된 그림자가 드리워진 건물은 실제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자유롭게 스케치된 건물은 수직, 수평선으로 이루어져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House at Dusk>, 1935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어슴푸레하게 노을이 지고 있는 시간, 불빛이 새어 나오는 건물을 둘러싼 깊고 어두운 숲의 대조가 인상적입니다.


<Seven A.M.>, 1948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Seven A.M.>에서는 아침 7시의 햇빛 아래, 아직 열지 않은 상점에 비스듬하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묘사했습니다.


<Seven A.M.>_detail cut, 1948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가게 내부의 빈 선반과 현금 등록기, 쇼윈도에 진열된 소다병, 인쇄물 등 무의미한 물건들만으로는 이곳이 어떤 가게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벽시계는 작품 제목인 7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조세핀은 그 가게가 1920-30년대 미국 금주법 시대의 주류 밀매점 - "blind pig" 또는 "speakeasy"으로 추정된다고 하며, 뒤편에 당구대가 있었을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호퍼는 가게에 대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05 미묘한 암시


<Office in a Small City>, 1953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Office in a Small City>1953년에 호퍼가 그린 유일한 유화였습니다.

호퍼의 대표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 속 등장하는 남자는 타인과 물리적, 정서적으로 분리되어 고독해 보입니다.

조세핀은 그를 "콘크리트 벽 안에 있는 남자(the man in concrete wall)"이라고 표현했습니다.


<City Sunlight>, 1954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Sunlight on Brownstones>, 1956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차려입은 두 사람은 정적인 자세로 수직선이 두드러지는 건축물에 기대어 있으며, 서로 상호작용을 하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무언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를 기대하듯 태양이 있는 곳을 응시합니다.


<Sunlight in a Cafeteria>, 1958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햇살이 가득히 내려앉은 카페테리아에 남녀가 따로 앉아있습니다. 호퍼는 유일한 손님인 낯선 두 남녀 사이의 미묘한 정신적, 정서적인 긴장에 주목합니다. 여자는 햇살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남자는 비교적 어두운 그늘 속에 앉아있습니다. 남자의 시선은 여자를 향하지만, 여자는 반측면을 보인 채 눈을 마주치지 않습니다. 둘 중 한 명이 먼저 다가가지 않는 한, 이 빛과 그림자 사이의 경계는 허물어지기 어려워 보입니다.


<Chair Car>, 1965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현대 미국 생활을 보여주는 <Chair Car>공공 공간에서의 고립을 묘사했습니다.


서로 꽤나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감을 유지하는 승객들은 안락의자라는 개인 공간에서 각자의 생각과 활동에 몰두합니다.


이 작품은 2005년 5월 11일 크리스티 이브닝 세일에서 약 153억 원(USD 14,016,000)에 거래되며, 오늘날 미국 미술사 및 미술 시장에서의 에드워드 호퍼 작품의 중요성과 가치를 보여주었습니다.


* 본 글에서 경매 레코드 순위는 현지 통화를 기준으로 하며, 한화 환산 시, 서울외국환중개서 고시한 경매 당시 환율을 적용합니다.


<Edward Hopper's New York> @ Whitney Museum © 2023. 아트베이커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해석하여 그렸기에 같은 재료로도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할 수 있었던 에드워드 호퍼였습니다.


작품에 대한 자신만의 감상으로 저마다의 의미와 느낌을 가져가시길 바랍니다!








에필로그


본격적인 전시 관람에 앞서, 현재 전시장 2층에서는 두 가지 전시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708090 도시현실> © 2023. 아트베이커


1980-90년대의 한국 민중미술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획전 <708090 도시 현실>


&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 2023. 아트베이커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 작가의 상설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전시로,

서울시립미술관에 가셨을 때 꼭 한 번 들러보세요!






휘트니 미술관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가 열리던 같은 해 겨울, 뉴욕 어퍼이스트사이드의 구겐하임 미술관에서는 알렉스 카츠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습니다!



알렉스 카츠(Alex Katz)작품세계와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던 전시 생생한 현장으로 함께 [아트 한입]하러 가실까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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