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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베이커 Jul 17. 2023

[MEET] 김혜자

처음 본 느낌 그대로 삶을 바라볼 수 있다면

살아보니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도
가슴 아팠던 순간도
다 소중하게 모여서 기억이 돼요.
뇌가 쪼그라들어도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으로 살아요.

[MEET] 김혜자 © 2023. ART BAKER


오늘의 [MEET] 시리즈에서 만나볼 예술가는

배우 김혜자(b.1941-)입니다.


진부한 수식어로는 ‘한국의 어머니상’,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로 그를 수식할 수도 있지만, 그가 연기한 무수한 엄마의 성격은 모두 달랐으며, 그의 일부가 확대된 것이었습니다.


그는 사람들 사이의 이해와 배려, 순수, 인간의 성장과 성숙, 행복을 배우고 느꼈음을 말합니다.


영화, 드라마, 연극, 광고에서 그가 작품과 배우라는 직업, 그 삶 자체를 대하는 방식은 나와 당신이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그의 책 <생에 감사해>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01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좋아하는, 소중하게 꺼내어보는,

삶 중간중간에 보는

글이 있습니다.


[MEET] 김혜자 : 눈이 부시게 © 2023. ART BÄKER


김혜자 선생님의 글을 보고,

눈물이 쏟아지는 순간이 많았는데

그분이 나와 어딘가 비슷한 성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P48

‘그냥 살아. 네 힘으로 살아. 네 힘을 다해, 죽지 마.’


P241

난 엄마랑 아빠에게 삶이란 참 희한한 선물이라고 얘기를 해 줬어요.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 선물을 과대평가해요. 영원한 삶을 선물 받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지만 나중엔 과소평가해요. 지긋지긋하다느니 너무 짧다느니 하면서 내동댕이치려고 해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선물 받은 게 아니라 잠시 빌린 거라는 사실을 알게 돼요. 그래요, 삶은 선물이 아니에요. 잠시 빌린 것이죠. 빌린 거니까 잘 써야죠. 함부로 쓰면 안 되는 거예요.



'처음 본 느낌 그대로 삶을 바라볼 수 있다면'

  


P244

나이가 몇이든, 살아온 과정이 어떠하든, 지금 이 순간 살아 있음을 느끼려고 시도하는 것만큼 값진 일은 없습니다.




02 파도 위를 서핑하듯 유연하게


P89

<눈이 부시게>는 시청자들에게도 조금은 난해한 작품입니다. 마지막 회에 가서야 수수께끼가 풀리고, 엉켜 있는 사건들이 비로소 이해가 됩니다. 나는 전체를 이해하고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잠깐, 이게 뭐지? 이야기가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젊은 날을 회상하는 건가?’

하지만 김석윤 연출가가 이 작품이 재미있고 의미 있는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지금 상황, 현재의 스토리 연기에 충실하자. 연출가가 나를 이상한 캐릭터로 만들지는 않을 거야.’

그런 마음으로 그저 열심히 했습니다.


나에게도 있었으면 하는 면모를 잊지 않기 위해 받아 적었습니다.


판단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나만의 기준을 내세우기보다는, 수용하고 받아들이기



P122

…한 여자를 통해 인간의 의미 없는 삶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셜리는 누구나 조금씩 닮은 보통 여자입니다. 나에게도 셜리의 모습이 조금은 있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마음속은 잘고도 깊은 상처로 금이 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부터 여러 꿈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습니다.

  꿈을 잃은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는 점, 그것이 이 연극의 매력입니다. 특히 여자가 끝부분에서 자신만 불행한 게 아니라 남편도 마찬가지란 사실을 깨닫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눈 자체가 커진 것입니다.

… 상처투성이가 된 셜리는 자신을 진실로 사랑하게 되면서 다른 사람도 볼 수 있게 됩니다. 날마다 자기 생각만 하던 여자가 눈을 뜬 것입니다. 그것이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게 되는 행복한 결말입니다.

  안락한 현실로부터 탈출해서 자기를 찾는 게 진짜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닐까? 그냥 편안하게 안주해 버리면 삶의 모든 시간을 소모해 버리고 마는 것이 아닐까? 상처를 입더라도 자신의 꿈이 무엇이었던가는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 셜리는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 불쌍한 여자입니다. 그러나 혼자가 되면서 자기를 찾습니다. 행복해지려면 좀 더 단순하고 혼자가 되어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꿈꾸는 삶을 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인생의 낭비이니까.


나 자신에게 적절한 당근과 채찍을 주어가며,

그 당근과 채찍이 무엇인지도 알아가며,

나아갑니다.



 P145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라는 말은 삶의 진리인 것입니다. 지나고 보니, 신이 나를 위해 어쩌면 그렇게 예비해 두었을까 싶습니다.




03 나의 천성을 강점으로 활용하기


P95

전체 스토리 전개를 몰라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김혜자’로 있으면 되니까. 촬영을 다 마치고 났을 때, ‘정말 특별한 작품이 되겠구나.’하고 느낌이 왔습니다.


<눈이 부시게>를 하고 나서 ‘아, 이것이 인생이구나.’하고 많이 느꼈습니다. 그냥 내 천성대로 살면 되는 것입니다. 노을이 예쁘면 예쁘다고 하고, 어린아이들과 놀고.


내 천성대로 살았을 때 눈이 부신 그녀가 배우라는 직업을 만난 것이 참 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내 천성은 무엇일까?

- 내 천성을 유지하며 세상에 쓰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04 사랑의 기억을 깊이 새기고서



살아보니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도 가슴 아팠던 순간도 다 소중하게 모여서 기억이 돼요. 뇌가 쪼그라들어도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으로 살아요.


힘든 순간에 나를 살아가게 한 것들은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이었습니다.





05 늘 감사뿐이야!



이틀간 두 번을 반복하여 읽은 책이었는데,

읽을 때마다 와닿는 구절과 페이지가 달랐습니다.


세 번째 읽을 땐, 또 다른 시기의 내가 읽을 땐

또 다른 부분이 와닿겠지요?


겉면에서 잠깐 달구고 가는 따뜻함이 아닌,

깊숙한 곳에서 다르고 비슷한 경험과 폭을 공유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의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우리 삶에는 참 감사한 순간이 많습니다.

나를 살아가게 하는 것들을 적어봅시다.





06 순수하고 단단한 향기


그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이에 대해 건네는 말에는 순수함과 단단함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그저 삶 속에서 느낀 바를 풀어놓았을 뿐인데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고, 든든한 힘이 됩니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나도 있겠지만,

나 자신의 앞에서도 단정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마음가짐과 태도가 담대하게 느껴집니다.





이 글을 쓰며,

비단 영화와 연극, 드라마 속의 배우뿐만 아니라 광고 속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그의 실제 삶에서 느껴온 바를 전하는 김혜자 배우에게 푹 빠졌습니다.


이 책을 선택한 것 자체도 그와 그의 삶이 던지는 메시지가 와닿아서였습니다.


비록 한 권을 책을 통해서 그를 만난 것이지만,

독서가 곧 책 너머의 대화라는 것의 뜻이 절로 와닿았고, 여러분에게도 그와 만날 수 있게,

그 속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나를 믿고 걸어가세요.

이 말을 나 자신과 모든 이들에게 바칩니다.






© 2023. ART BAKER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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