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성북동비둘기 <메디아 온 미디어>
* 본 글은 주최 측의 초대를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대표작 <메디아 온 미디어(MEDIA on media)>가 4년 만에 국내 공연으로 개막했습니다. 7월 9일부터 7월 16일까지, 상영기간이 단 일주일인 것이 아쉬울 만큼의 엄청난 연습량과 배우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메디아 온 미디어>는 한국연극 선정 '2012 공연 베스트 7'에 꼽혔으며, 2011년 초연 이후 루마니아,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의 국제연극제에 초청받기도 했습니다.
오늘 [아트 한입]에서는 공연 <메디아 온 미디어>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메디아 온 미디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메디아(메데이아)'의 비극적 이야기를 현대인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수많은 TV 속 미디어로 가져옵니다.
원작 <메디아>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지아 흑해연안에 위치했던 콜키스 왕 아이에테스의 딸이자 반신(半神)인 메디아는 아르고호를 타고 콜키스 왕국의 보물, 황금양털을 얻기 위해 원정항해를 온 이아손과 사랑에 빠집니다.
왕이 이아손에게 제시하는 수많은 퀘스트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을 준 메디아와 이아손은 결혼하여, 메디아는 자신의 가족을 배신하고 이아손의 고향인 이올코스로 이주합니다. 그곳에서 이아손의 숙부가 퀘스트를 완료하면 왕위를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자, 숙부를 살해하였고, 그들은 서쪽 코린토스로 추방당합니다. 이아손이 코린토스 크레온 왕의 딸 글로체와 눈이 맞아 결혼을 하려고 하자, 메디아는 그들 모두에게, 심지어 자신과 이아손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에게까지도 처절한 복수를 감행합니다.
공연은 예상치 못하게 시작됩니다.
평일 저녁 7시 30분임에도, 꽤나 가득 찬 성수아트홀의 관객석 사이로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1막의 TV 속 기자회견 장면에서는 기자들이 웅성이다, '메디아' 역의 김미옥 배우가 자신의 입장을 호소합니다. 매우 자극적이고 사적인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에게 답을 하고, 과거로 넘어간 듯, 기자회견 장에서 언급되었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부분도 있었으나, 자연스럽고 적극적인 관객의 반응은 다소 부족했습니다. 이후에도 '트위티' 등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미국 애니메이션과 TV 라이브 토크쇼, 일본의 전통극 노가쿠, 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 형식으로 막의 형식이 구성됩니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사진 속 양쪽에 서있는 남녀 두 쌍 중 남자 둘은 분무기를 직접 쏘며 등장인물이 눈을 못 뜰 정도로 물을 분사하기도 하고, 여자 둘은 젖은 무대 바닥을 열심히 걸레로 닦습니다.
극의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짧은 공백까지도 작품에 포함하여 배우들은 무대 가장자리에서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는 극 중의 이야기가 '현실'이 아닌 '허구'이자 '가상 세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메디아 온 미디어>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원작을 모르더라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독특한 소리와 연출, 자극적인 이미지, 웃음이 터지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메디아가 이아손을 살해한 현장을 보여주며, 공연은 마무리됩니다.
위대한 모험을 완수한 영웅 이아손이 비정하고 잔인한 여성인 메디아를 만나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으나, 이 연극에서는 메디아의 살인을 더욱 다각적인 시선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반성 없는 흥미와 웃음을 유발함으로써, 관객들은 그 속에서 자행되는 살인에 대해 무감각해지며, 모든 것을 어떠한 죄책감이나 슬픔도 없이 방조하게 됩니다.
시간적 간극을 넘어 우리를 지배하는 거대한 욕망과 폭력, 고대 그리스 신화로부터 멀어져 정신없이 흘러가는 소비사회와 매스미디어에 익숙해진 오늘날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서울에서의 막을 내린 <메디아 온 미디어>는 또 한 번의 해외 투어를 앞두고 있습니다. 오는 2023년 11월 미국 버지니아와 뉴욕에서의 초청 공연이 확정된 상태입니다. 실험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메디아 온 미디어>가 앞으로 써 나아갈 역사를 기대하며 오늘의 [아트 한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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