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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베이커 Jul 21. 2023

[아트 한입] AI가 예술계에 쏘아 올린 작은 공

AI 생성 이미지를 둘러싼 논란 | 어디까지가 예술인가

[아트 한입] AI가 예술계에 쏘아 올린 작은 공 © DeviantArt DreamUp, 재구성, 2023. ART BAKER


오늘 [아트 한입]에서는

AI 생성 이미지가 불러온

저작권 침해 문제,

예술 생태계 교란,

AI 라벨링의 범위,

잘못된 정보 확산 등을 살펴보며,


과연 어디까지를 예술의 범위로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인가



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자 합니다!






01 AI와 예술의 경계는 어디일까?



© RJ Palmer


데비안아트(DevianArt)는 AI 생성 이미지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큰 최신의 온라인 공간 중 하나로, 2000년 출시 이후, 사용자 수가 7,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컨셉 아티스트 RJ 팔머(RJ Palmer)는 데비안아트에서 큰 수혜를 받았습니다(got his big break on). 2005년, 이미지 공유 플랫폼(image-sharing platform)에 가입한 후, 33세에 일본 아니메(anime) '몬스터 헌터(Monster Hunter)' 스타일의 사실적인 포켓몬 드로잉을 게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작업물은 온라인을 순식간에 휩쓸었으며(made the rounds online), 2016년, 영화 <명탐정 피카추(Pokémon Detective Pikachu)>의 미술 디자이너(production designer)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팔머는 이후 주로 비디오 게임 관련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해 왔습니다.


© RJ Palmer


"데비안아트는 제게 아주 큰 일이었습니다. 저는 성공 신화 중 하나의 예가 되었습니다."라고 팔머는 아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팔머는 'Midjourney', 'Stable Diffusion' 및 'OpenAI'의 'DALL-E'로 생성된 AI 기반 텍스트-이미지 생성기(AI-powered text-to-image generators)로 인해 데비안아트를 '많은 문제로 인해 사용이 불가능한 엉망인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6월, 데비안아트는 사용자가 제출한 작업물이 AI 도구를 활용 여부를 밝히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유럽 연합(EU; Europian Union)이 다른 빅테크 플랫폼에 선례를 따를 것(follow suit)을 촉구하기 몇 주 전인 5월, 구글이 "Al-생성 이미지(AI-generated images)"에 라벨을 붙이기로 한 비슷한 계획에 이은 발표였습니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챗GPT(ChatGPT)를 개발한 오픈AI,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앤프로픽, 인플렉션 등 빅테크 총 7개사가 AI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부착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한편, 이번 백악관과의 자발적 합의안을 기업들이 실제로 따르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오기도 합니다.


어디까지가 AI 라벨링의 대상이 될 것인지에 대한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이미지 안정화 및 색상 최적화 등의 향상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 또한 인공지능 향상 기능을 제공합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개입은 어느 정도까지 허용가능한 것인 걸까요?



누가, 어떻게 예술을 정의할 것인가요?
예술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02 조작된 정보가 불러온 혼란


AI가 생성한 발렌시아가 패딩을 입은 프란치스코 교황 © WOMAN DONGA


유럽 연합과 구글은 AI 생성 이미지 라벨링과 관련하여, '잘못된 정보'에 논쟁의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흰색 명품 패딩을 입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미지가 발렌시아가의 바이럴(viral) 마케팅이 되었던 사례가 있죠. 발렌시아가(BALENCIAGA)는 2015년부터 SNS를 활용한 '밈베이팅(meme-baiting)' 마케팅을 꾸준히 시도했는데요. 더 많은 사람들이 AI가 생성한 발렌시아가 착장을 자발적으로 무한히 증식하며 즐길수록, 대중의 눈에 상표와 디자인이 각인되어 자연스레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죠.


문제는 AI가 생성한 '가짜' 이미지라는 것을 사람들이 즉각적으로 알아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가 뉴스 기사선거에 이용된다면 그 위험은 더욱 명확히 드러나겠죠?


밈베이팅(meme-bating)이란?

'밈베이팅'은 대중에게 '밈(meme)'이라는 '미끼(bait)'를 던져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학습시키는 전략

© WOMAN DONGA



+ ONE MORE 발렌시아가의 밈베이팅 마케팅은 패션 브랜드 베트멍(VETEMENTS)前 CEO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가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부임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밈베이팅의 귀재인 뎀나 바잘리아는 자신의 브랜드인 베트멍 또한 밈을 통해 젊고 힙한 이미지를 얻어 대중의 소비 욕구를 사로잡음으로써 성공시켰습니다.


발렌시아가의 양가죽 도트백 (좌) / 이케아의 쇼퍼백 (우) © The Fashion Law
발렌시아가의 DHL 티셔츠 © VIVA NZ


베트멍은 이케아(IKEA)의 쇼퍼백, DHL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 등 주위에서 쉽게 접하는 저가 브랜드 로고를 활용하여 제작한 패션 아이템을 수십 배의 높은 가격에 팔거나, 카니예 웨스트(kanYeWest)등 유명인의 SNS를 통한 홍보하였습니다.



+ TWO MORE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불가리(BVLGARI)''잔망루피'와 협업하여 밈베이팅을 시도했습니다. 정말 귀엽습니다.


'보그코리아' 화보모델이 된 불가리 앰버서더 잔망루피 © VOGUE Korea


통상 고가의 명품 브랜드가 탑스타를 엠버서더로 발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불가리의 신선하고 재밌는 시도는 기존의 틀을 깨고 상당한 인기를 보여주었습니다.




03 예술 생태계를 교란하는

      AI 생성 이미지


© 2023. ART BAKER


AI 라벨링을 둘러싼 또 다른 논쟁은 ‘이로 인한 수혜자가 누구일지'에 관한 것입니다.

이 논쟁은 데비앙 아트와 팔머 양측을 격분하게 만들었습니다.


데비안아트는 아티스트가 자신의 작품이 타사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데이터 세트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한 허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 DevianArt


성공적인 디지털 아티스트로서 팔머는 데비안아트의 아티스트들의 대변인이 되었습니다.


팔머와 데비안아트의 아티스트가 직면한 첫 번째 문제는, AI 이미지 생성기가 다른 아티스트의 작업물을 '훔쳐서' 발전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주로 공개 웹사이트에서 스크랩된 56억 장의 이미지 모음집인 'LAION' 데이터세트(dataset)에서 훈련되었습니다.


지난 1월, 데비안아트(DevianArt), 미드저니(Midjourney), 스태빌리티AI(StabilityAI)를 상대로 제기한 창작자들의 집단 소송(a class action lawsuit)에서 'LAION'의 안정적인 이미지 확산의 배후가 되는 330만 장의 이미지의 출처가 데비안아트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데비안아트는 공개 성명에서 이에 대한 어떠한 요청을 받은 적이 없으며, 허가를 주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팔머를 비롯한 창작자들은 인공지능(AI) 기반 텍스트-이미지 생성기가 출시된 작년 초 이미 분개했으나, 데비안아트가 소속 아티스트의 창작물을 데이터세트에 자동으로 포함한 그들의 자체 서비스 '드림업(DreamUp)'을 출시하며, 갈등은 더욱 고조됐습니다. 출시 이후, 사용자들은 온라인 항의뿐만 아니라, 사이트를 완전히 떠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티스트는 AI 모델이 '드림업'과 타사 AI 모델 훈련을 위한 데이터세트에 자신의 작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허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만, 이 경우, 사용자가 직접 이미지를 하나하나 지워야 하기에, 팔머와 같이 플랫폼에 수천 개의 작업물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에게는 이는 엄청난 부담입니다.


드림업은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을 기반으로 구축되었는데, 이는 데비안아트 사용자의 무수히 많은 양의 이미지를 이미 포함하는 LAION 데이터세트에 구축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전혀 윤리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교육된 인공지능인 것입니다.




04 AI로 제작한 작품에도

      창의성이 있을까?


<Théâtre d’Opéra Spatial> © 2022 JASON M. ALLEN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창작의 고통을 겪으며, 상당한 시간을 들입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생성한 저품질의 이미지는 단 몇 초, 혹은 몇 분 안에 완성이 됩니다.


예술가들의 활기찬 에너지가 담겼던 데비안아트는 이제 이미지 쓰레기장으로 전략해버렸습니다.


AI를 활용하여 기존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모방하는 일은 이미 일어나고 있으며, 인공지능의 훈련이 향상된다면, 작가의 작업이 완전히 대체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작가는 자신의 특정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가질 수 있으나 자신의 화풍/스타일에 대한 저작권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지난 3월, 미국 저작권 사무소는 "인간이 제작한" 작품만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기업은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없으며, AI 라벨링의 유무가 이미지의 법적인 보호 가능성에 대한 기준을 확립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죠.


탁상형 게임을 만드는 스튜디오 'Incarnate Games' 설립자인 제이슨 M. 앨런(Jason M. Allen)은 저작권 논쟁에 대한 요점을 놓친 채, '단지 인공지능이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냐'며 반박했습니다. 예술가가 다양한 경험에 대한 기억을 기반으로 아이디어와 컨셉을 결합하고, 미디엄과 기법을 선택하는 것과 인공지능도 유사한 과정을 걸쳐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2022년 9월, 앨런은 인공지능 '미드저니(Midjourney)'가 생성한 이미지 <Théâtre d’Opéra Spatial>로 콜로라도 주 페어에서 연마다 열리는 예술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는 미드저니를 활용하여 이미지를 생성하기 위해 다른 명령(prompts)을 실험하는 데에 80시간 이상이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프린트와 인공지능 창작물을 판매하는 AI Incarnate를 설립했습니다.


앨런은 '작품에서 인간적인 요소를 제거하기란 불가능하고, 미국 저작권 사무소가 인공지능 도구를 사용하는 것의 창의성을 무시하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수상작에 대한 저작권을 얻기 위해 항소했습니다.




05 미술사의 또 다른 큰 전환점


A selection of images on DeviantArt’s labeled AI-images page © DevianArt / Screenshot


인공지능 생성기가 예술가들의 또 다른 도구라는 주장19세기 사진에 대한 논쟁유사합니다.


사진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사진은 창의성의 표현이라기보다는 대상을 기계적이고 사실적으로 재현해내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1884년, 미국 대법원 판례에서 오스카 와일드의 사진을 복제한 석판화 회사는 '사진은 단순한 버튼 누르기의 결과이며, 독창성이 부족하기에 원본의 저작권을 가질 수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판사 사무엘 밀러(Samuel Miler)는 초상화 제작에 창의적인 결정에 주목하며, 이 작품을 '원작'으로 간주했습니다. 당시 프랑스 및 영국 등에서도 비슷한 법적 소송이 진행되었습니다.


럿거스 대학교(Rutgers University)의 컴퓨터 공학과 교수이자 럿거스 예술 & 인공지능 연구소(Rutgers Ar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ab)의 연구소장(director) 아메드 엘가말(Ahmed Elgammal)은 사진과 인공지능을 비슷하게 표현의 도구이자 수단으로 봅니다. 다만, 소셜 미디어 속 조작된 '가짜' 이미지는 매우 문제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동시에, 엘가말은 예술가들이 현재 느끼고 있는 위협감 혹은 무력감은 곧 사라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곧 인공지능 도구로 그들의 정체성, 통제력 등 많은 것을 잃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겁니다. 결국 이런 류의 도구로 제작된 작품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제게는 Midjourney에서 제작된 작품은 모두 똑같아 보여요.

Soon people will realize that they are losing a lot by using these tools, their identity is lost, control is lost. [...] And at the end, art created by these kinds of tools will look the same. For me, anything produced by Midjourney looks the same.

- 아메드 엘가말 (Ahmed Elgammal) -





오늘 [아트 한입]에서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예술계에 미치는 여러 영향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인공지능(AI)은 이미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듯합니다.


아티스트 고유의 창작성과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으며, 사람과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 지금의 과도기를 지나 어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지 함께 고민하며, 지켜봅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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