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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베이커 Jul 24. 2023

[아트 한입] 전시 | 느낌표를 던지는 현대미술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 [APMA, CHAPTER FOUR]

[아트 한입] 느낌표를 던지는 현대미술 © 2023. ART BAKER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용산 개관 5주년을 기념으로 2023년의 두 번째 전시를 열었습니다.

<APMA, CHAPTER FOUR> 현대미술 소장품 특별전에서는

앞선 현대미술 소장품전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을 중심으로 선보입니다.


총 7개의 전시실에서 3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APMA Guide(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제1 전시실부터 7 전시실까지 순차적인 관람이 가능합니다.


전시 관람은 홈페이지 사전 예약 혹은 현장 발권 모두 가능합니다! 신용산역  용산역과 가깝습니다.


전시는 이번주 일요일(2023. 07. 30)까지입니다.


이번 전시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을 소개합니다. [아트 한입] 하러 가시죠!




01 감각을 일깨우는 '!'


Richard Artschwager <느낌표(검은색)(Exclamation Point(Black))>, 2012 © 2023. 아트베이커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리처드 아트슈와거(Richard Artschwager, b.1923-)<느낌표(검은색)(Exclamation Point(Black))>입니다. 리처드 아트슈와거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태어났으며, 다양한 미술 사조에 포함되는 폭넓은 표현 방식을 보여줍니다. 1989년 퐁피두 현대미술관, 1968, 1972, 1982, 1987, 1992년 카셀 도큐멘타,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여하며 활발히 활동하였습니다.


<Question Mark - Three Periods>, 1994 (좌) / <Exclamation Point>, 2010 (우) © Xavier Hufkens


아트슈와거의 대표작인 '문장 부호 연작'에서 작가는 느낌표를 비롯해 물음표, 마침표 등의 부호를 다양한 원색으로 선보였습니다. 


Installation view, <Richard Artschwager: Books, Punctuation, Splats & Time> © Krakow Witkin Gallery


2차원 종이 위 문장 사이의 문장 부호를 3차원의 물리적인 공간 속 부유하게끔 배치함으로써 이질적인 느낌을 전달하고, 관람자의 인식과 감각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Ettore Spalletti <인접한, 하늘색(Vicini, azzurro)>, 2018 © 2023. 아트베이커


매일 같은 시간에 채색된 에토레 스팔레티(Ettore Spalletti, b.1940-2019)의 작품은 명상적이면서도 엄격한 방식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대각선으로 배열된 하늘색 정사각형 중 왼편에 위치한 정사각형의 한쪽 모서리가 잘려있습니다.


Ettore Spalletti <인접한, 하늘색(Vicini, azzurro)>, 2018 © 2023. 아트베이커


금박으로 마감된 잘린 옆면은 형광에 가까운 채도 높은 빛을 발산합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색다른 감각을 일깨우는 작품은 공간을 가득 채우며 관람객을 몰입시킵니다.




02 초현실적인 풍경


Exhibition view, <APMA, CHAPTER FOUR> © 2023. 아트베이커


1 전시실에서는 회화와 사진 작품을 한 공간에 배치하여 두 장르 간의 조화를 모색합니다. 황량한 라인강의 풍경을 포착한 안드레아스 거스키(Andreas Gursky, b.1955-)의 대형 사진은 색면과 선이 도드라지는 추상적 이미지로, 사진의 회화적 감성과 가능성을 실현해 온 작가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거스키가 촬영한 원본 사진 속에는 공장, 산책하는 사람들이 독일 뒤셀도르프 외각의 라인 강 풍경과 함께 담겨있었는데, 작가는 디지털 편집으로 자연 풍경 외에 다른 인공적인 요소를 제거했습니다.


Andreas Gursky <라인강 II (Rhein II)>, 1999 © Christie's


<Rhein II>2011년 11월 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작가 최고 경매기록인 약 48억 4천만 원(USD 4,300,000)에 거래되었습니다.


Andreas Gursky <라인 강 III (Rhein III)>, 2018 © 2023. 아트베이커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라인강 III (Rhein III)><라인강 II (Rhein II)>의 연장선상에 위치한 작품입니다. 두 작품 모두 여름에 촬영되었으며, 동일한 배경과 구성을 보여줍니다. 


생기롭던 분위기가 극적으로 바뀐 위 작품에는 잿빛의 황량한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2018년의 가뭄으로 강 수위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감에 따라 살아남기에 가혹한 환경이 된 현실을 반영한 이 디스토피아적인 작품은 기후변화에 대한 최근 논의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Anne Imhof <구름 III (Clouds III)>, 2022 © 2023. 아트베이커


화면을 가득 메운 구름이 불안정하게 중첩된 안네 임호프(Anne Imhof, b.1978-)의 회화는 여러 층의 경계가 공존하는 입체적 이미지로, 평면의 회화 위에 3차원적인 효과를 부여한 작업입니다.


Anne Imhof <구름 III (Clouds III)>, 2022 © 2023. 아트베이커


화면을 가득 메운 청록색과 붉은색 구름이 불안정하게 중첩되어 몽환적인 분위기와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하나의 도상을 두 개의 색상으로 겹치게 배치함으로써 여러 층의 경계가 공존하는 입체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작가가 최근에 도입한 기법이 적용된 작품입니다. 작가는 최근 추상 작업에서 벗어나 자연과 비자연, 인간과 비인간 등의 대비를 탐구한 구상 회화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03 작품을 통해 세상에 외치는 메시지


Rosemarie Trockel <덤불은 곰이다 (A Bush is a Bear)>, <'덤불은 곰이다'를 위한 연구>, 2016 © 2023. 아트베이커


1980년대에 시작되어 추상 회화의 영역을 확장한 로즈마리 트로켈(Rosemarie Trockel, b.1952-)의 직조 회화 <덤불은 곰이다(A Bush is a Bear)>는 뜨개질로 제작된 점이 특이한데요. 따뜻하고 감성적인 초록색 울은 여성 작가의 작업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재료이자 소재이기도 합니다. 양모, 섬유, 유리, 금속, 도자기 등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사회, 젠더 이슈를 다루는 작가는 남성 주도로 흘러온 추상회화의 역사에 반문하고자 하는 의도를 작품에 담았습니다.


Andrea Zittel <무제(사회 안에서 살 것인가 바깥에서 살 것인가)>, 2013 © 2023. 아트베이커


텍스트를 활용하여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예술로 풀어낸 안드레아 지텔(Andrea Zittel, b.1965-)의 회화까지 다양한 유형의 사진과 회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위 작품은 작가의 집 이미지 위에 16세기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의 <수상록>에서 발췌한 글귀를 배치한 <How To Live?> 빌보드 연작에 속합니다. 자신의 정체성, 개인과 사회의 관계 등 자신의 내적, 외적 상황에 대하여 고뇌하였던 몽테뉴의 질문을 작품 위에 재서술함으로써 문명 속 인간의 존재를 탐구합니다. 작품을 통해 팬데믹 상황을 포함하여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상황과 삶 전반에 대한 유의미한 질문을 던집니다.


Barbara Kruger <무제(최신 버전의 진실)(Untitled(The latest version of the truth)>, 2018 © 2023. 아트베이커


기독교의 성모자상이 인쇄된 작품의 붉은색 테두리에는 '싸우지 마시오(DON'T BATTLE)', '신경 쓰지 마시오.(DON'T BOTHER)', '믿지 마시오(DON'T BELIEVE)', '사지 마시오(DON'T BUY)'라는 문구가 쓰여있습니다. 고전적인 이미지와 볼드체의 문구의 조합이 주는 이질감을 이미지 위에 반투명하게 올라간 3색 신호등 색의 아크릴판이 중화시켜 주는 듯합니다.


Barbara Kruger <무제(영원히)(Untitled (Forever))>, 2017 © 2023. 아트베이커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 b.1945-)는 '진실'이 어떻게 정의되고 인식되는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며, '진실'이란 불변하는 고정된 개념이 아닌, '가변적인 상황'임을 이야기합니다. 이처럼 작가는 간결하면서도 시선을 끄는 이미지 위에 그의 상징적 서체로 쓰인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는 사회의 메커니즘과 대중매체 속 욕망, 권력, 젠더, 소비주의, 계급, 젠더 문제를 비판적으로 담아내어, 고정관념, 보편적 관념, 신념 등 많은 이들의 사고의 근간을 이루는 생각의 틀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람자가 주체적으로 생각하게끔 합니다.


Barbara Kruger <무제(영원히)(Untitled (Forever))>, 2017 © 2023. 아트베이커


한편, 바바라 크루거는 지난 2019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아시아 최초 개인전 <BARBARA KRUGER: FOREVER>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었던 <무제(영원히>가 천장을 제외한 공간 전체에 도배되었었죠!


Barbara Kruger <무제(제발웃어제발울어)>, 2019 © 2023. 아트베이커





04 예술과 신체성


De Wain Valentine <장밋빛 원 (Circle Rose)>, 1972 © 2023. 아트베이커


산업용 거푸집을 사용하여 제작한 드 웨인 발렌타인(De Wain Valentine, b.1936-)<Circle> 연작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뒤의 공간이 보이는 투명한 원은 장밋빛 색으로 공간에서의 존재감이 확실히 드러납니다. 투명한 구조물은 자연에 존재하는 동시에 산업혁명의 중요한 도구이자 산물인 빛을 흡수하는 동시에 주위의 반사하여, 공간과 주관적인 감각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변화합니다.


Elmgreen & Dragset <화가, 도판 2 (THE Painter, Fig. 2)>, 2022 © 2023. 아트베이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작품에서는 실물 크기의 조각상이 앞으로 몸을 숙인 채 팔을 뻗어 스테인리스 스틸 캔버스 위에 큰 획을 그립니다.


'바디스케이프(Bodyscape)' 작업 중인 이건용 화백 © 갤러리현대


온몸을 사용하는 회화적 행위는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b.1932-), 프란츠 클라인(Franz Kline, b.1910-62)과 같은 1950-60년대 뉴욕 액션 화가와 이건용(b.1947-) 등의 작가의 몸짓을 연상시킵니다.


Annie Morris <스택 8 , 울트라마린 블루 (STACK 8, Ultramarine Blue)>, 2022 © 2023. 아트베이커


애니 모리스(Annie Morris, b.1978-)는 유산이라는 개인적 경험을 다양한 사이즈의 구의 위태로운 배열의 작품으로 풀어냈습니다. 임신한 여성의 배를 상징하는 구의 불안정한 정렬은 신체의 취약성, 연약함을 암시하는 동시에 강인함과 중력을 이기는 가벼움, 슬픔을 뛰어넘는 탄생 등 상반된 개념이 균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05 경쾌한 에너지


Katherine Bernhardt <오렌지 에어로빅 샤워(Orange Aerobic Shower)>, 2022 © 2023. 아트베이커


캐서린 번하드(Katherine Bernhardt, b.1975-)의 신작에서 핑크팬더는 형형색색의 타일로 가득 찬 공간에서 양팔다리를 펼치고 거꾸로 샤워하고 있습니다. 양쪽에 배치된 크록스와 핑크팬더는 캐서린 번하드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도상인 대중적이고 일상적인 사물입니다.


캐서린 번하드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으시다면, [MEET] 시리즈로 함께 가시죠!




오늘 [아트 한입]에서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이슈와 개인적인 삶의 경험까지 폭넓게 다루는 다양한 현대미술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 [APMA, CHAPTER FOUR]를 함께 감상하였는데요!


전시는 이번주 일요일까지이니, 용산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며 물음을 던지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hibition view, [APMA, CHAPTER FOUR] © 2023. 아트베이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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