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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얀 Jul 19. 2019

살아야 할 이유

[육아툰] 엄마의 사랑 곱하기 70화



엄마가 돌아가시기 두 달 전. 엄마의 몸속 장기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다리는 코끼리 발처럼 단단하게 부어 걷기 힘든 상태가 되었고 폐에 복수가 차 숨쉬기 힘들어졌다. 몸은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뼈만 남고, 피부는 황달끼가 와 노랗게 변했고 먹는 거라곤 국물 몇 숟가락이 전부였다. 야위어가는 엄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플 때 참지 말고 진통제 꼭 먹으라는 당부뿐이었다.


한 번은 엄마가 내게 물었다. “엄마가 아파도 계속 살아있으면 좋겠지? 누워 지내도 같이 있으면 좋겠지? 엄마가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그랬어.” 말 끝을 흐리시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엄마에게 전화해 건강상태를 물으면 "예전보다는 잘 먹지 못하지만 견딜만해.” 딸이 걱정할까 봐 밝게 이야기하셨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힘이 없었다.


병실에 누워 의사 표현을 못하는 엄마에게 꼬맹이와 행복하게 지내는 소식만 전해드리고 '오늘이 위기'라는 의사 선생님의 통보에도 엄마 앞에서는 눈물 한 방울 떨어트리지 않고 “엄마 딸 잘 지내니까 아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엄마가 보지 않을 때는 눈물을 소나기처럼 쏟았지만 엄마 얼굴과 마주할 때는 환하게 웃으려고 노력했다. ‘사랑해요.’라고 말하지 않으면 엄마가 떠난 후 후회될까 봐 엄마가 의식이 있는 며칠 간은 계속 사랑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떠난 후 할머니를 찾는 꼬맹이에게 “할머니가 가꾸던 텃밭에 꽃을 심으면 꽃처럼 고왔던 할머니가 나비가 되어 날아올꺼야. 꼬맹이를 목욕시켜 주고 분유도 타준 할머니가 꼬맹이 보고 싶어서 찾아올꺼야.” 라고 말했다.


"꽃과 나무를 많이 심고 싶어. 특히 장미꽃.” 엄마는 작은 텃밭을 꽃밭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사람은 어차피 죽지만 소망을 가지는 삶은 의미 있다. 내가 살아야 할 이유는 꼬맹이를 키우며 할머니의 흔적을 알려주고 혼자되신 아빠 곁을 지키기 위해서다. 엄마, 아빠라는 존재가 그렇듯 사람은 살아있음으로 누군가에게 위안이 된다. 우리는 위로해주는 누군가가 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 살아 있어야 사랑을 할 수 있고 살아가면서 사랑의 대상을 품는다. ‘엄마.’ 그 이름 두자가 남긴 흔적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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