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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얀 Jul 26. 2019

평생 아이

[육아툰] 엄마의 사랑 곱하기 71화


밥은 먹었니? 끼리 거르지 말고 잘 챙겨 먹어.

컴퓨터 오래 앉아 있으면 눈 안 좋아지니까 쉬어가면서 해.

가스불 잘 끄고, 문단속 잘하고 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의 잔소리는 어린아이 다루듯 늘 내 곁을 맴돌았다. 엄마는 다 큰 나를 아이 취급했다. 잘 지내는지 묻고 또 묻는 엄마는 딸이 다 컸어도 걱정되고, 몸이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자식을 따라다닌다고 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 눈에 엄마는 똑같은 ‘엄마’, 엄마 눈에 나는 똑같은 ‘아이'인데, 세월은 엄마의 얼굴과 손에 가느다란 주름을 그려 넣었다. 나보다 몇 배나 강인하고 바지런했던 엄마는 내 아이보다 힘이 없고 느려졌다. 오랜 시간 아이와 함께 걸어온 '엄마의 시간’이 끝났다.


엄마. 이제 엄마가 없으니까 덜 자란 어른 말고,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품에서 옹알거리던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어? 엄마도 나처럼 그 시간이 천천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어쩌면 그렇게 오랜 시간 나를 위해 살 수 있었어? 늘 내 곁에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어 고마웠어. 이제 고된 걸음 멈추고 편하게 쉬어.


언젠가 꼬맹이가 크면 내가 그랬듯 나이 든 엄마를 바라볼 때 가슴 먹먹해지는 날이 오겠지. 어렸을 때는 빨리 자라 엄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어쩌면 어린애 취급받으며 오랫동안 '평생 아이’로 사는 게 행복할지도 몰라. 엄마에게 자식은 '평생 아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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