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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얀 Mar 09. 2018

임산부 배려석

임신 전에 내가 몰랐던 사실. 임산부로 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배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시기가 임신 5개월(20주 차) 전후라는 사실이다. 임신 기간은 평균 38주로 10개월이다. 임신 5개월(20주 차)까지는 배가 많이 나오지 않으므로 임산부인지 외관상 알기 어렵다. 요즘은 막달인데도 티가 잘 안나는 임산부들도 많고, 겨울철은 두꺼운 외투에 가려져 크게 나온 배도 티가 나지 않을 수 있다. 임신 초기의 경우 배가 나오지 않지만 유산의 위험이 있어 정말 조심해야 할 시기이고, 입덧 증상으로 임산부들이 고생하는 시기이다. 


보건복지부에서 2016년에 발표한 임산부 배려석 인식도 조사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답변 1위는 ‘임산부인지 몰랐어요.’이다. 나 또한 그랬다. 배 나온 임산부가 보이지 않으면 임산부 배려석에 앉기도 했다. 배가 나오지 않아도 임산부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임산부 배려석은 왜 생겨났을까? 국가가 예산을 쏟아 만든 이유가 분명 있을 텐데...’ 

사람은 직접 겪어봐야 안다. 임신 소식을 듣고 20주 차가 되니 배 나오는 속도가 빨라짐을 느꼈고 임신 22주 차가 되니 ‘아- 이렇게 아프면 한 발짝도 못 걷겠구나.’ 싶을 정도로 허리와 골반이 아파왔다. 배가 자꾸 앞으로 쏠리다 보니 배를 내밀고 몸을 뒤로 젖히는 자세를 취했는데, 이 자세가 등뼈와 골반에 부담을 주어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 허리 복대를 차야 생활이 가능했고 걸을 때 남편의 손을 꽉 붙잡고 천천히 걸어야 했다. 임산부가 되어 흔들리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허리 통증과 입덧과 구토를 경험하니 ‘임산부 배려석’의 존재가 너무 감사했다. 


‘잠깐만... 내가 지금 겪는 통증. 나이 든 어르신들의 통증과 비슷할지도 몰라.’ 빠르게 걷지 못하는 어르신들 뒤에서 답답해했던 나. 허리 통증으로 거동의 불편함을 경험하고 보니, 지하철에서 자리가 나면 밀치고 들어가 앉으시는 어르신의 모습, 입꼬리가 내려간 채로 인상 쓰시며 바라보는 어르신의 모습 이면에 통증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배려는 경험과 앎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핑크색 임산부 배지를 가방에 달지 않고 노약자석에 앉았을 때 날카로운 시선도 받아 봤고, 가방에 임산부 배지가 잘 보이게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임산부 배려석에서 자리를 양보받지 못한 경험도 있다. 반대로 너무나 친절하게 자리를 양보받은 경험도 있다. 모두의 생각이 다르고 이해의 폭이 다르므로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시각도 제각각일 것이다. 지정석이 아니기에 비워 둘 의무와 자리 양보의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임산부를 배려하기 위해 만든 것임은 틀림없다. 또한 임산부 배려석은 임산부만 배려하는 것은 아니다. 좌석 뒷면 벽에 붙어 있는 픽토그램 스티커에서 알 수 있듯이 몸이 많이 불편하신 분, 아이와 동반한 분도 앉을 수 있다. 


‘임산부 배려석’을 만든 취지에 대해 이해했다면, 배려의 미덕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 좋은 취지로 만든 임산부 배려석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따뜻한 양보가 실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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