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영혼의 잔잔한 파동, 마음을 움직인 노래

훔치고 싶은 크리에이터의 발상법

by 뽀얀

파란 노랠 해볼까 파도가 치는 해변

파란 하늘 위로 떠오르는 조각별

하얀 노랠 해볼까 한없이 펼쳐지는

눈 내리는 나라 하얀 미소의 얼굴

검은 노랠 해볼까 어둔 저녁노을 뒤로

숲속에 남겨진 동물들의 속삭임

붉은 노랠 해볼까 뜨거운 여인의 기도

죽음과도 같은 입맞춤
나의 노랠 해볼까 아침 햇살 받으면

차가운 바닥에 무지개가 돋는다


-로지피피의 로맨티카(Romentica) 앨범 수록 곡 中 ‘노래해볼까’




위로받고 싶은 감정이었을까? 나도 모르게 이 노래만 Replay하고 있었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100번쯤 들었겠다 싶다. 섬세하고 매력적인 목소리,지나침이 없이 평화로운 곡조가 그날따라 좋지 않던 기분을 달래주어 마음을차분하게 해주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어떠한 끌림에 마음을 사로잡혀 한 곡의 노래만 질리도록 반복해서 들은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노래를 통해 느낀 ‘순간의 감정’은 신경을 통해 빠르게 뇌를 자극하고, 뇌의 자극은 또다시 빠르게 온몸에 신호를 동시다발적으로 퍼뜨려 가슴을 뛰게 한다. 이런 감정 신호는 마음을 순식간에 흔들어 놓는 원인이 되고, 공감의 일부가 된다.


심리학으로 보면 자신에게 잘 맞는 음악이 있어 그 음악을 들으면 마치좋은 음식을 먹고 약물에 도취해 있을 때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나의직업 특성상 시각적 묘사에 예민한 데다가 선율에 따라 어울리는 이미지를 상상하는 습관 때문에 색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가사 속 파란색과 하얀색,검은색과 붉은색이 가져다주는 이미지에 공감되어 그토록 귀가 먹먹할 정도로들었던 것 같다.


시적인 가사는 이미지적 심상을 만들고 리듬과 화음으로 이어진다. 노래에서의 ‘리듬’은 그림에서의 ‘패턴’과 등가 구조로 연결할 수 있다. 음악에서여러 개의 주파수가 뒤죽박죽 섞이면 불협화음이 되고, 그림에서 연관성 없는요소들을 마구잡이로 그리면 주제가 없는 그림이 된다. 반면, 특정 주파수가 질서정연하게 구성되면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지고, 주제와 잘 연결된 소재들이그려지면 통일감 있는 작품이 된다. 이처럼 훌륭한 리듬감을 가진 음악을 지속해서 들으면 디자인 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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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감성도 음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걸까? 일반적으로 음악을감상하고 이해하는 능력은 학습하지 않아도 누구나 갖추고 있는 소양이다. 한없이 우울하다고 느낄 때 자연스럽게 달콤한 노래나 시니컬한 멜로디로 마음을 달랜다. 답답한 생각의 벽에 가로막혔을 때 속을 시원하게 긁어주는일렉트로닉 록이나 헤비메탈 계열의 음악을 틀고 온 방 구석을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른다. 힘겨울 때 시원한 바닷소리가 들리는 명상 음악을 들으며 마음이차분해지고 긴장이 풀리는 것을 경험한다. 집중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클래식을 듣고, 잠을 청할 때 나른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나 감미로운 재즈를 듣는다.곡조의 음표들은 우리의 감정을 거울처럼 비추고, 오선지는 ‘감성 데이터베이스’로 변한다.


우리는 흔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감성이 풍부하다고 단정 짓는 오류를 범한다.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사람은 어떻게 그려야 할지 표현 방법이 서툴 뿐, 감성이 모자란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감성파’가 될 수 있다.

자연주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오선지 위에 기록된 음표에는 사람의 때 묻은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효과가 있다. 이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측량할 수 없는 신비한 힘이다.”라고 말한다.


음악을 듣다보면 마치 가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음악이 대신 해주는 것처럼 느낄 때가 있다. 신기할 따름이다. 나는 생각이 막히거나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을 때, 자신에게 “특별한 것을 경험해봐. 생각을 환기해.”라고 말한다.생각은 늘 곧고 정직하지만, 몸이 제대로 따라와 주지 않을 때 음악을 틀어놓고몇 시간 침대에 누워 있으면 음악 속에서 위로의 말이 들린다. 음악이 나를 치료해준다.



[상상 그 찰나를 그리다] 본문 중...

글.그림 뽀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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