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감명 깊은 베스트 컷

훔치고 싶은 크리에이터의 발상법

by 뽀얀

써내려 갈 수 있거나

상상할 수 있는 것이라면

영화화할 수 있다

-스텐리 큐브릭-




특별히 할 것이 정해져 있지 않은 날,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까운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거나 시간의 무료함을 느낄 때 나는 영화관을 찾는다. 애써 대화를 주고받지 않아도 대화의 공백이 그리 신경 쓰이지 않는 친한친구를 만난 것처럼 부담스럽지 않게 그 시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동굴 속과 같은 영화관의 깜깜함은 벽면을 꽉 채운 스크린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지루한 이야기 전개로 잠시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때는 미리준비한 달콤한 팝콘과 콜라로 달랜다. 이러기를 두어 시간가량 반복하다 보면영화는 끝이 나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다. 차례차례 올라가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살피며 장면 하나하나를 다시 떠올리기 위해서다. 동시에 영화를 통해 느낀 감정들도 하나하나 정리해본다. ‘재미있었어.재미없었어.’처럼 단답형으로 정리할 때도 있고,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밖으로 표출해낼 때도 있다. 이렇듯 영화마다 제각각의 감정을 자아낸다. 감명 깊었던 장면들은 순간에 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기 위해 스케치로 기록해 놓는다.이 기록들은 내게 구체적인 상상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영감으로 작용하여 나만의 작품이 완성될 수 있도록 돕는다.


무수히 많은 영화 속에서 여러 감정을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특히 기억에 남는 세 편의 영화가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흘린 것으로 모자라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 여운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 내 기억 속에 사로잡힌<국화꽃 향기>, 기발한 상상력으로 독특한 사고방식을 경험시켜 준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와 <수면의 과학>. 나는 이 세 편의 영화 장면을 하나하나 그려나가며 영화를 볼 때의 그 감정을 다시 회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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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보여주는 환상은 시각적인 현실 그 너머의 현실 속으로 진입함으로써 일종의 대안적 리얼리티를 만들어낸다. 영화 <국화꽃 향기>에서는 희재와 인하가 보여준 사랑이 현실에서도 가능할 것만 같은. 애절한 사랑을 갈망하게 한다. 이들의 사랑은 김하인의 『국화꽃 향기』 소설을 통해 먼저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고, 중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18개월간 지속할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 저자는 고단하고 각박한 일상을 살면서도 영혼과 사랑이 꽃처럼 피어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답겠냐고 말한다. 그 사랑이 ‘봄밤의 꿈’일지라도 위대한 사랑의 힘은 녹슨 마음에 따뜻한 물이 되어 씻겨주고, 위안을 주고격려해준다. 이렇듯 영화는 우리가 원하는 바람들을 보여 주며 비상을 꿈꿀 수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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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은 가상체험을 하게 함으로써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주인공 월터의 삶은 이러한 환상을 잘 묘사한다. 딱히 해본 것도 없고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삶을 사는 직장인 월터는 보통의 우리와 닮아있지만, 그에게는 특별한 ‘공상’ 능력이 있다. 공상 속에서만큼은 짝사랑하는 여자를 멋지게 구출하는 ‘슈퍼 히어로’가 된다. ‘라이프 잡지사’에서 사진 필름 현상 일을 하는 월터. 어느 날 잡지사는폐간을 준비하게 되고, 사진작가가 보내온 필름 중 마지막 표지로 장식하게 될25번째 컷이 없어진 것을 알아챈다. 그는 연락조차 닿지 않는 전설의 사진작가숀 오코넬을 찾아 떠나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게 된다. 헬기에서 잘못 뛰어내려 상어 만나기, 폭발 직전 화산으로 돌진하기, 히말라야 산맥에서 원주민과축구시합 하기 등 상상보다 더 위대한 모험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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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소망을 환상적인 세계 속에서 다루는 영화들을 통해 우리는 얼마든지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영화에 비추어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발견할 필요가 있다. 클로망 로세는 영화가 타자의 입장(주인공)에서 현실을 가시적으로 재현하는 유일한 예술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의삶은 특별한 일, 특별한 만남, 특별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다. 잘 알아채지 못할뿐이다. 영화는 우리의 삶이 특별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영화 속에서 대안 찾기에 급급하지말고, 일상 속에서 감명깊은 베스트 컷을 스스로 만들자.


이 시대의 명작이라 불리는 영화들과 보고 싶은 영화들을 나열해보자.영화를 통해 정화된 생각들을 메모해보자.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간단히 스케치해보자.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자. 꿈꾸고 계획하는 일들을 시시콜콜하게 다 털어보자.


[상상 그 찰나를 그리다] 본문 중...

글.그림 뽀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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