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가슴에 새긴 글귀

훔치고 싶은 크리에이터의 발상법

by 뽀얀

책은 작가에 의해서 한번 태어나고, 독자가 읽어서 다시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책에는 독자들을 향한 아름답고, 소중하고, 냉철하고, 따뜻한 조언들이 담겨있다. 작가가 펼쳐놓은 이야기 속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새로운 나를만나고, 이해하고, 경험하게 된다.


나는 읽고 싶은 책은 대부분 구매하여 책장에 꽂아놓는다. 엄마가 자식들 밥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처럼 책장에 소복이 쌓인 책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넉넉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매번 책장의 장식으로 서늘하게 버려져서도 안 되는 일. ‘틈나는 대로 책 읽기’ 계획을 세워보지만, ‘시간 없음’을핑계 대며 숙독(글의 뜻을 생각하면서 차분하게 하나하나 읽어나감) 대신 속독(책을빠른 속도로 읽음)을 택한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고 글을 이해하며 천천히 읽으면 좋겠지만, 마감일에 쫓기는 일상 덕에 관심이 가는 부분만 찾아가며 읽는다. 원하는 부분만 훑는 간교한 책 읽기를 즐기다가 마음에 확 다가오는 글귀가나타나면 노트에 ‘메모’해둔다.


글귀에는 그림에서 볼 수 없는 생생한 표현이 있다. ‘성장을 멈춘 꿈’,‘시퍼렇게 늙은 청춘’, ‘기억의 불꽃’, ‘멍하게 내리는 비’와 같은 문장은 형용사구절의 묘사가 직접적이다. 또한,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감정을 자유롭게표현하여 신비스러운 색으로 채색한 것처럼 빛을 발한다. 만약, 그림이었다면이 같은 표현을 그림 한 장에 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책을 읽으며 ‘글이 가슴에 새겨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작가는 인도여행을 하며 인도인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그들의 놀라운 지혜를 경험하게 되고, 삶과 세상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가진다. 중학교 때 읽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밤하늘의 별이 보이는 지붕이 없는 숙소에서 작가가 한 이야기다.




나는 ‘별이 뜬다.’는 말을 그때 처음 경험했다.

쿠리의 저녁 하늘에서는별들이 그냥 갑자기 깜박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지평선에서 빗금을 그으며떠오르는 것 같았다.

모든 별들이 금 막대기 위에 걸린 것처럼
지평선 위에서 떠올라 일제히 반짝이기 시작했다.
... 중략 ...
가진 게 없지만 결코 가난하지 않은 따뜻한 사람들의 토담집 위로별똥별이

하나둘 빗금을 그으며 떨어져 내렸다. 지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역

저 하늘 호수로부터 먼 여행을 떠나온 별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인도의 밤은 향신료의 풍미가 입안 가득 배어 번지듯 눈부신 별들로 밤하늘 전체가 물들었을 것이다. 나는 온종일 인도의 향에 사로잡혀 발길 닿아본 적 없는 그곳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빗금을 그리며 별똥별이 떨어진다.’, ‘하늘 호수로부터 먼 여행을 떠나온 별들’이라는 문구는 메모장에 따로챙겨두었다. 잊음 방지를 위해.


이렇게 내 메모장에 차곡차곡 쌓인 글귀들은 생각의 탑을 이룬다.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아 답답한 날, 탑에 새겨놓은 글귀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그때의 감정을 되살려본다. 가끔은 뜻밖의 아이디어를 선물 받곤 한다. 이렇듯 메모는 여러 기억을 대신 보관해주며 필요할 때마다 안심하고 꺼내 쓸 수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메모가 습관화되면 여러 문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 적어보자. 이때 ‘주어+동사’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 과정이 익숙해지면 요약한 문장에서 주제가될 만한 키워드 하나만 뽑아 적어보자. 이렇게 얻어진 키워드는 그림의 맥을 잡아줄 단서가 된다.




creator_11.png
creator_12.png
creator_13.png
creator_14.png

[상상 그 찰나를 그리다] 본문 중...

글.그림 뽀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MOVIE 감명 깊은 베스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