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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Oct 09. 2023

드라마 현장에서 정말 중요한 '스케줄'

일일촬영스케줄표 보는 법


촬영기간 동안 드라마 스태프들의 삶은 '스케줄'을 따라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시간은 곧 돈이기에, 수많은 스태프들이 정해진 시간과 내용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준비하고 움직인다. 미술팀은 물리적인 무언가를 준비하고 세팅해야 하기에, 더더욱 스케줄과 떼려야 뗄 수 없다. 항상 문제 되거나 놓치고 있는 부분이 없는지 체크해야 하는 것이 스케줄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예시 문서


'일일촬영스케줄표(Call Sheet)', '스케줄표' 등으로 불리는 이것은 매 회차마다 스탭카톡방과 현장에서 공유되는 1-2장짜리 문서이다. 이 한 장의 스케줄표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담겨있다. 드라마 팀마다 조금씩 양식이 다르지만, 대부분 비슷한 내용을 포함한다.


1. 회차 / 일시 관련 정보

몇 회 차 촬영인지, 날짜 및 요일, 현장 집합 시간과 촬영 종료시간 등이 쓰여있다. 필요시 일출/일몰시간이나 날씨정보가 추가되기도 한다.


2. 드라마 및 스탭 관련 정보

드라마 제목, 극본/연출/프로듀서나 제작사 등 드라마 관련 정보가 간단히 기입된다. 주요 실무를 하는 제작 PD, 연출부, 섭외부 등은 연락처가 함께 적혀있어, 문제시 해당 스태프들에게 연락할 수 있게 한다.


3. 씬 관련 정보

스케줄표의 가장 좌측에 몇 회/몇 씬인지가 표기되고, 장소, 등장인물, 내용, 미술, 기타 등 항목에 따라 해당씬의 내용을 정리하여 보여준다. 말 그대로 극 중 장소가 어디이고, 누가 나오는지, 어떤 내용인지 적혀있고, 각 씬에 필요한 미술세팅이나 특이사항이 있으면 표기한다. (미술팀인 나는 당연히 미술 부분을 가장 눈여겨본다.) 이런 것은 이해가 쉽지만, 스케줄표에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알파벳 표기들이 있다.



S/L - 세트(Set), 로케이션(Location)의 약자로, 해당씬이 세트에서 찍는지 로케이션에서 찍는지를 표기한다. 때로 'O'로 표기되는 오픈세트(Open set)도 있다. 위 스케줄표의 경우 모두 'L'로 로케이션(야외장소)에서 촬영이 진행됨을 알 수 있다.


D/N - 낮(Day), 밤(Night) 표기로, 뒤에 숫자를 붙여 극 중 몇 번째 날인지를 표기하기도 한다. 완전한 낮, 밤이 아닌 '새벽(D)'이나 '해 질 녘(E)'은 따로 표기하기도 한다. 로케이션 촬영 때는 특히 낮씬과 밤씬의 시간 배분이 중요하다. 세트 촬영을 할 때는 실제 시간과 극 중 D/N이 같을 필요가 없기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P - 페이지(Page)의 약자로 해당씬이 몇 페이지 분량인지를 표기한다. 0.5는 반페이지, 1.2는 1페이지를 조금 넘는 정도인 식이다. P항목의 숫자를 보면, 해당씬이 (대본상) 얼마나 긴 씬인지, 짧은 컷트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하루 촬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대본 쪽수는 생각보다 변화무쌍하다. 무술이나 특수효과, 찍기 어려운 씬의 경우 하루 종일 찍은 게 겨우 1-2쪽일 때도 있다. 급하게 찍거나, 특별한 세팅 없이 대사가 많은 드라마의 경우 하루 10쪽을 찍기도 한다.


4. 콜 타임(Call Time) 관련 정보

씬마다 등장하는 인물이 다르므로, 연기자들이 와야 하는 시간도 다르다. 배우 콜타임, 보조출연자 콜타임 등이 표시된다. 차량 콜타임, 미술팀 세팅 진입시간 등이 표기되기도 한다.


5. 기타

특수효과/특수분장이나 CG, 무술 관련 정보들이 기입되거나, 공란으로 남겨진다.



많은 스태프들이 모여 일하는 촬영 현장인만큼 정해진 ‘스케줄’을 지키는 일은 너무나 중요하다.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다른 스태프들에게 피해가 가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주어진 시간 안에 꼭 찍어야 하는 내용을 찍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미술팀에서는 주어진 시간 동안 준비한 세트를 차질 없이 설치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운다.


주로 FD팀에 소속된 “스케줄러”가 스케줄을 짜며, 일일촬영스케줄에 앞서 2-3주 분량의 “통스케줄(가스케줄)”을 주기적으로 공유한다. 스태프들의 삶은 스케줄표를 따라간다고 썼는데, 스케줄이 잘 짜여있으면 일이 많은 현장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스케줄이 엉터리거나 변동이 잦으면 촬영현장이 뒤죽박죽이 된다. 좋은 스케줄러는 배우, 섭외팀, 미술팀 등 여러 팀들과 협의 하에 효율적인 스케줄을 짠다. 수많은 변수와 팀들의 상황을 고려하여 테트리스 짜듯 스케줄을 짜는 이들을 보면 좀 신기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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