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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Oct 18. 2023

중요한 건 컨셉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세트디자인은 촬영에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일을 할수록 가장 중요한 건 “컨셉”이라는 생각이 든다.


1. “첫째도 개성, 둘째도 개성, 무엇보다도 오직 개성.”


박찬욱의 <몽타주>라는 책에서, “첫째도 개성, 둘째도 개성, 무엇보다도 오직 개성.”이라는 글을 인상 깊게 봤었다. 영화나 등장인물에 개성이 필요하듯이 극 중의 공간에도 개성이 필요하다. 내가 말하는 개성은 특이하거나 튀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개개의 공간이 자신만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던하고 평범해 보이는 것도 하나의 성향이 될 수 있다.


세트 디자인은 극의 내용, 등장인물의 성격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시각적 정보”가 된다. 시청자들은 영상의 시간적 흐름에 따라 다양한 공간들을 접하게 되는데, 이러한 공간들이 뚜렷한 개성 없이 엇비슷하다면 드라마를 이해하거나 몰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연출자/미술감독은 각 공간들에 뚜렷하게 구분되는 컨셉을 설정하곤 한다. 드라마에서 어떤 공간이 서로 “유사”하거나, “대비”된다면, 이는 연출적으로 의도된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철수네 집이나 영희네 집은 ‘국평’으로 불리는 30평대 아파트일 수 있으나,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확연히 구분되는 다른 구조/인테리어의 집에 사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 경찰서 사무실은 여느 기업 사무실과 비슷한 직사각형의 밝은 실내일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 속 공간은 특정한 장면들을 위한 ‘시각적 정보’ 혹은 어떤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때론 “진짜 같은 가짜”가 되기를 택한다.



2. 별자리 만들기


영화 <범죄도시>에서 마동석의 형사팀 사무실은 경찰서 한편에 있는 컨테이너다. 흔치는 않겠지만, 어떤 사정에 의해 임시로 컨테이너를 사무실로 썼다고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구로경찰서는 이전공사를 하는 동안 테크노마트에 입점을 하기도 했는데 말이다.


어쨌든 이 ‘컨테이너 형사과’는 마초스러운 마동석의 캐릭터와 조금은 좌천된 느낌의 형사과를 잘 보여주는 세팅이라고 생각한다. “경찰서 사무실”과 “컨테이너 박스”의 조합으로 개성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정보를 조합해서 새로운 컨셉을 만들 수 있다.



지식과 경험, 창의성에 대한 이런 짤을 본 적이 있다. 항상 디자인하는 일이 흩어진 정보들을 모아 별자리를 그리는 일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와 비슷하다. 어떤 정보와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조합하느냐에 따라 바둑판같은 격자가 그려질 수도, 고양이가 그려질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별자리 그리기(컨셉을 잡는 일)를 위해서, 양질의 자료들을 수집하는 과정이 우선이기에, ‘리서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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