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K Oct 20. 2023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의 의미

일을 하다 보면,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이 뭘까 생각하게 된다.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이 있기에, ‘디자인’의 정의와 전문성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미술감독으로서, 내가 일하고 있는 방송 환경에서 디자인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는 어떤 방향으로 이 일을 더 잘하고 싶은가에 대해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을 써본다.



1. 컨셉의 명확성


각 공간은 명확한 시각적 컨셉을 가져야 하고, 이 것이 대본의 내용, 연출자가 의도하는 바와 맞아떨어져야 한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지‘ 명확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힐 이유가 있는 사물들, 꼭 필요한 것이 제자리에 있는

그림을 만들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내가 미니멀리스트적인 면이 있어서일까? 어쨌든 보는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싶지 않다.

시각적인 완성도는 기본이다. 정해진 미술컨셉을 흐뜨러트리지 않고 명확하게 표현해 내고, 시각적으로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2. 협의의 중요성 & 빨라야 한다.


요즘은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드라마 제작 환경은 빠르고 촉박하게 흘러간다. 정해진 기간 안에 많은 양의

촬영을 소화해야 하기에, 그때그때 필요한 미술 세팅을 빠르게 협의하고 준비해야 한다.

디자이너가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듯이, 드라마 제작에 있어 미술감독은 많은 사람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연출자, 제작 pd, 촬영감독, 소품팀, VFX, 무술팀 등등. 이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혼자서 그렸던 처음 그림이 바뀌기도 한다. 호흡이 잘 맞는 팀을 만나면, 여러 사람이 붓을 들고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듯한 기분이다.

그래서 때로는 ’협의 과정‘, ’회의‘ 자체가 디자인이고, ‘회의‘를 잘하는 것이 곧 디자인을 잘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출자의 시각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시각적인 질문’을 제 때 던져주는 것. 각 팀과 협의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각적 자료를 제 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빨리 해야 한다. 시기적절하게 필요한 시각적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잘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거란 생각도 든다. 빠르게 좋은 걸 만들어야 진짜 잘하는 것 아닐까?)



3. 촬영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4. 다른 사람보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뭘까?


예전에는 드라마 미술이 튀는 경우, 예를 들면 왠지

배우보다 배경이 도드라지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대부분은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몰두하게 하는 미술이 좋다. (뭔가 좀 신경 쓰이는 경우는 뭔가 이상해서인 경우가 많기에..)

그렇지만 어쨌든 나도 경쟁체제에 있는 한 명의 디자이너로서 나의 강점은 뭘까, 다른 사람은 할 수 없고 내가 잘할 수 있는 건 뭘까 생각해 보게 된다. 디자이너의

개성, 특유의 스타일이 화면으로 맘껏 표출해도 되는 판이 깔렸을 때 나는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그게 뭔지 알고, 찾아내고, 더욱 강화시키고 싶다. 결국 중요한 건 개성, 자기만의 필체를 만들어 내야 누군가는 반드시 나와 일하고 싶다고 할 것이고, 나 스스로도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