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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Nov 05. 2023

세트에서 신경 써야 하는 디테일 (2)

조명 디자인과 색온도에 대해서

촬영을 한다는 것은 빛을 이용해 형태를 기록하는 일이기에, 일종의 '무대'인 드라마 세트장에서 빛은 꼭 필요한 요소이다. 공들여 만든 공간이나 배우의 모습이 라이팅 조건에 따라 잘 보일 수도 있고, 세상에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숨겨질 수도 있다.


조명은 주로 조명팀이 담당하지만, 미술팀은 세트에 천장등이나 간접조명을 설치하기도 하고, 소품등(practical light)도 준비한다. 이처럼 준비는 미술팀이 하지만 조명 역할을 하는 요소들에 대해서, 미술감독은 조명감독과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



1. 세트조명에서 정말 중요한 창호 디자인


세트에서 조명 요소는 주로 낮씬의 광량을 책임질 "창호"와, 형광등처럼 세트에 고정으로 들어가는 “인공조명”이 있다.


창호의 경우, 먼저 조명팀이 라이팅을 하기에 창크기나 세팅 공간이 적절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조명팀이 세팅할 수 있는 장비여건에 따라, 때로는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거나 창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세트 컨셉에 따라 창에 블라인드나 커텐, 혹은 시트나 종이를 덧댈 수도 있다. 쉐이딩 효과를 어떻게 줄 것인지에 따라 실내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밤씬에서도 창문은 중요하다. 특히 창문이 어느 위치에 있어야 창밖에 세팅한 조명이 배우에게 닿을 것인가, 세트 안에서 어떤 형태의 빛줄기로 공간을 비출 것인가 하는 문제다. 어두운 곳에서 빛은 더 강조되고,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인공조명의 경우, 조명의 종류나 디자인에 따라 광량과 빛의 방향이 달라지므로 조명의 형태나 개수, 위치에 대해 사전에 공유하는 것이 좋다. 특히 인공조명을 준비할 때는 “색온도”도 신경써야 한다.



2. 색온도


'색온도(Color Temperature)'란 빛이 온도에 따라 색상이 달라지는 것을 흰색을 기준으로 절대 온도 "K(캘빈)"로 표시한 것이다. 빛을 전혀 반사하지 않는 완전 흑체를 가열하면 온도에 따라 다른 색의 빛이 나오는데, 온도가 높을수록 청색 계통의 빛이 나오고, 온도가 낮을수록 적색 계통의 빛이 나온다. 이때 가열한 온도와 색의 관계를 기준으로 표시한 것이 색온도이다.


색온도는 조명뿐만 아니라 촬영 카메라의 설정, 감독이 원하는 촬영의 톤과도 연관되어 있기에, 드라마 초기에 촬영&조명감독이 선호하는 색온도가 있는지, 또는 장소별로 원하는 톤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인테리어를 하거나 조명을 사본 사람이라면, 집에 있는 전구를 "전구색/주백색/주광색"중에 뭘로 할지 고민을 해보았을 것이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색온도가 낮을수록 따뜻한 톤이, 색온도가 높을수록 차가운 톤의 빛이 난다.




3000k 정도의 색을 전구색(tungsten을 줄여서 “텅”)

4000k 정도의 색을 주백색,

5000~6000k 정도의 색을 주광색(daylight을 줄여 “데이”)이라고 한다.


현실 공간을 살펴보면, 사무실같이 광량이 중요하고 집중해야 하는 환경에는 주광색~주백색이 많이 쓰이고, 휴식이 중요한 공간이나 아늑한 카페 등에는 전구색이 많이 쓰인다.


드라마에서는 색온도가 인물의 피부색이나 화면전체의 톤에 영향을 주기에, 더욱 신경 써서 세팅이 된다. 감독이 원하는 작품의 톤이나 조명팀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전구색에 가까운 톤을 선호해서, 세트에 3200~4000K 정도의 조명을 세팅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구색 조명을 세팅하더라도, 카메라의 화이트밸런스 값에 따라 전구빛은 더 붉게 보일 수도, 흰색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조명과 카메라는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해 함께 세팅값을 조절한다.

어두운 공간에 노란색 빛을 포인트로 주려고 3000k 전구를 세팅했는데, 촬영 모니터를 보니 밝고 하얗게 찍혀서 실망했던 적이 있다. 각자의 영역이 있는 것이지만,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사전에 생각한 바를 명확히 얘기했다면 좋았겠다는 후회가 들었다.


마지막으로, 서로 색온도가 다른 조명을 세팅할 때는 각별히 유의한다. 색온도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카메라에서 더 큰 효과를 만들어낸다. 여러 색의 빛이 인물의 피부에 닿을 때, (그리고 그것이 의도한 바가 아닐 때) 제한된 공간에서 조명을 컨트롤하는 게 어려워 보였다.


3. 조명에 변화를 줄 수 있게 준비하기.


다양한 씬을 소화하기 위해서 조명 세팅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상황이나 동선이 생기면 항상 찍던 세트에서도 라이팅이 달라진다. 그래서 세트에 고정으로 설치하는 조명의 경우, 선을 어떻게 나누어 컨트롤할 수 있게 할 것인지, 예를 들면 사무실의 스위치를 공간구획별로 끌 수 있게 할 것인지, 아니면 홀수/짝수로 나누어 반씩 끌 수 있게 할 것인지 등이다.


프랙티컬 라이트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동 가능한 소품등을 준비해서, 세트 리허설 후 위치를 잡거나 보강하는 방법도 있다. 이 또한 감독과 조명팀의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요새는 소품등을 너무 많이 세팅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 공간에는 절대 세팅하지 않을 위치에 벽등과 스탠드가 난무하는 걸 보면, 아무리 드라마지만 너무한달까...)


드라마에는 주인공이 불을 켜거나 끄는 등 조명을 활용하는 씬들이 나오곤 한다. 스위치를 껐다 켜는 일상적인 상황 이외에도 정전이 된다거나,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느라 불이 꺼지는 등 다양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해서 조명배전함이나 스위치 계획을 연출부와 협의해서 결정해야 한다.


이런 씬들이 없더라도, 일단은 스위치의 위치가 아무 생각 없이 세팅되지 않도록 소품 세팅의 디테일을 챙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심코 설치했던 스위치가, 주인공이 첫 등장하며 불을 켜는 중요한 스위치가 돼야 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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