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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Nov 12. 2023

특수효과를 위한 세트 준비하기

물, 불, 바람… 자연의 힘은 무섭다.

드라마 촬영을 하다 보면 특수효과(Special Effect)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드라마에서 주로 사용되는 특수효과는 ’비‘를 내린다던지, 불이 나는 등 자연현상을 물리적으로 흉내 내는 것들이 많다. 액션을 하며 창문을 부순다거나, 교통사고가 나는 등의 효과 등도 특수유리나 화약을 세팅하는 방식으로 구현해 낸다. 이러한 특수효과는 ‘특수효과팀’ 담당이지만, 준비된 것들을 설치하는 곳은 ‘세트’ 혹은 ‘로케이션’이기에, 미술팀과 상의해서 함께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특수효과 세트는 준비하는데 까다롭기도 하고, 안전에 문제없게 준비해야 하기에 신경 쓸 것이 많다. 특수 효과 촬영을 경험할 때마다, 정말 자연의 힘은 무섭구나 깨닫는다. 그동안 경험해 본 특수효과 세팅에서 신경 써야 한다고 느꼈던 부분을 종류 별로 정리해 보았다.


1. 물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기분이 좀 우울해질라치면, 창밖은 어김없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야외에서 비씬 촬영을 할 때는 살수차를 불러 비를 뿌린다. 워낙 드라마에서 일상적인 특수효과긴 하다. 세트장에서 비를 뿌릴 경우는, 세트내부에 비가 스며들거나 세트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사전 작업을 해야 하며, 물을 흡수하거나 배수할 수 있도록 세트장 바닥에 준비를 해야 한다. 귀찮기는 하지만, 미리 얘기만 된다면 비씬은 그나마 준비가 수월하다.


수중촬영을 하는 경우가 더욱 까다롭다. 수중촬영 세트장에 세트를 설치하는 경우, 수압을 견뎌낼 수 있도록 단단하게 설치되어야 하며, 세트가 물 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철재와 무게추를 사용하는 등 ‘부력’과 싸워야 한다. 때로는 수중촬영을 하는 동시에 강풍기를 사용하여 파도 효과를 내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더더욱 세트가 견고해야 한다.

아무리 견고하게 제작해도 수압과 풍력을 견디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특수효과 세트에서는 사전점검과 현장에서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수중촬영의 경우 씬에 난이도가 있거나, 실제 배우와 대역이 번갈아 촬영해야 하는 등의 이유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배우를 위해 수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세트에서 각종 먼지나 칠이 벗겨지지 않도록 세트표면을 코팅하고, 물에 넣기 전에 세척하는 절차를 거친다.


2. 불

드라마에서 화재 현장을 찍는 경우, 대부분은 실제 촬영장소에 불을 낼 수 없기에, 일부를 야외장소와 똑같이 세트로 만들고 세트에 불을 지르곤 한다. 스탭 및 배우가 안전한 위치까지만 불을 세팅하고, CG로 추가합성을 해서 원하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불이 멀리에 있다 해도, 폐쇄된 공간에서는 열기와 연기가 스태프들을 위험하게 할 수 있기에, 환기가 되며, 공간이 너무 협소하지 않도록 디자인해야 한다.


*불을 지르는 세트의 경우, 세트의 재질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어떤 부분에 철재를 사용하고 목재를 사용할지 판단해야 한다. 또한 너무 빠르게 불이 붙지 않도록 방염재를 사용하거나 표면에 방염처리를 해서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연소되며 유독가스가 나오는 재질은 없는지도 자재를 선택할 때 체크해야 한다.


이렇게 안전장치를 준비한다 해도, 스태프들이 사전계획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실수가 생기면 위험할 수 있는 촬영이기에, 준비단계와 현장에서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촬영이다.


3. 바람

특수효과를 위한 세트가 아니라도, 바람이 많이 부는 장소에 세트를 설치하는 경우, 세트가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바람의 힘은 정말 강력해서... 바람이 많이 탈 것 같은 세트는 무조건 촬영 당일에 세팅하고 스태프들이 지키고 있거나, 레이허 등 무겁고 견고한 철제 구조물을 이용하여 세팅한다.


4. 액션씬에 부서지는 것들

액션을 더 멋있게 보여주기 위해, 뭔가 주변에 부서지는 것들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유리로 된 테이블을 부순다던지, 창문을 부수며 뛰어내린다던지, 혹은 교통사고씬 등이 있겠다.

몇 번 유리창을 부수는 액션신을 찍고 나니, 연출감독 & 무술팀의 취향에 따라 원하는 게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설탕유리가 깨지는 모습과 강화유리가 깨지는 모습은 다르다. 어떻게 깨지는 효과를 원하는지, 몇 테이크의 여분을 준비하면 좋겠는지에 따라 설탕유리, 강화유리 등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설탕유리는 제작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에 서둘러 준비해야 하고, 현장에서도 관리의 위험이 있어 준비가 까다롭다.



이 밖에도 건물이 붕괴된다던지, 자연재해로 인한 파괴 등 더욱 스케일이 큰 특수효과 세팅도 많은데, 나는 경험해보지 못했다. 중요한 건, 안전하고 원하는 효과를 촬영하기 위해서, 연출팀, 미술팀, 특효팀, 무술팀, VFX팀 등 함께 준비하는 팀들이 사전에 협의를 많이 하고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효과, 액션이 많은 씬의 경우 그림콘티와 프리비즈를 제작하여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특효세팅을 하고, 어디서부터 CG를 할 것인지, 어떤 앵글로 찍을 것인지를 정리한 후 촬영을 준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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