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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 큐레이션-5] 프라이드 먼스를 기념하며

세상의 모든 다양성이 존중받는 그날을 기다립니다

여러분, 6월이 프라이드 먼스인 거 아셨나요?

(Pride Month)란, 1969년 6월 미국 뉴욕의 스톤월 주점에서 성소수자들이 경찰 단속과 체포에 맞서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해 만들어진 성소수자 인권의 달을 일컫는 말입니다.


아트 씬에선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비교적 오픈된 편인데요, 요즘 뉴스를 보다 보면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곤 해요. 사람들은 모두 개인마다 다르다는 사실이 대체 어느 부분이 그렇게 이해하기 힘든 건지 정말 피곤한 세상입니다.


쨌든, 그래서 오늘은 6월이 다 지나가기 전에 프라이드 먼스를 기념하며, 성적 자유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확산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한 퀴어 아트에 대한 도서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Book.1 [Drawings]

Drag & Draw Andy Warhol

Nina Schleif

Andy Warhol(앤디 워홀)이 예술을 시작하고 팝아트의 대가로 유명해지기 전, 그는 자신의 인생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준(하지만 잘 알려지진 않은) 작품 활동들을 했습니다. 바로 드래그(사회에 주어진 성별의 정의에서 벗어나는 겉모습으로 꾸미는 행위)를 주제로 작업했는데, 'Drag & Draw'엔 그 시기의 드로잉 시리즈들이 담겨 있습니다. 공개되지 않았던 다양한 드로잉 및 사진들과 함께 1950년대의 뉴욕 드래그 문화를 접할 수 있습니다.


앤디 워홀이란 아티스트는 신기한 게 어느 정도 그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했음에도 계속 새로운 사실을 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앤디 워홀의 드래그 모습도 볼 수 있고 드로잉들도 매력 있어서 추천드리는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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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 drawing &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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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y Warhol in Drag






Book.2 [Drawings]

Tom of Finland

Juerg Judin, Pay Matthis Karstens

Tom of Finland는 필명이고, 본명은 Touko Laaksonen(토우코 라크소넨)으로 핀란드 출신의 아티스트입니다. 서구의 20세기 중후반 게이 문화를 언급할 때 빠질 수 없는 그의 작품은 당시 메인스트림이었던 드랙퀸과 여성스러운 게이와는 다른 계열의 마초 게이(Macho Gay) 문화를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커뮤니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근육과 남근, 그리고 가죽 재킷에 대한 판타지 등 극대화된 전통적 남성성의 이미지를 추구하며, 연필만으로도 그 특징을 세밀하고 정교하게 묘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톰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성적 욕망이 상당히 노골적으로 묘사되는 걸 볼 수 있는데요(제가 가져온 사진들이 비교적 건전한 그림들이라면 말 다 했죠?), 이는 퀴어 아트의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성적 삶의 다양한 측면과 욕망을 탐구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퀴어 커뮤니티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보여주는 것이죠. 그의 작품들은 음지에 있던 게이 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인정받기도 하는데, 사실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의 숨 막힐 정도로 세밀한 드로잉은 그 자체만으로도 작품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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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wings by Tom of Finland






Book.3 [Photography]

Zanele Muholi

Sarah Allen & Yasufumi Nakamori

Zanele Muholi(자넬레 무홀리)는 남아프리카 출신의 사진작가이자 비주얼 액티비스트입니다. 그녀는 주로 사진을 통해 젠더 정체성, 인종, 성적 지향 등의 주제를 다루며, 특히 블랙 퀴어 커뮤니티에 속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존재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도서엔 무홀리가 지난 20년 동안 작업한 주요 작품들의 사진들뿐만 아니라 출판되지 않았던 신작들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그녀의 작품을 탐구할 수 있는 여섯 편의 에세이와 용어 설명 및 연대기까지 만나볼 수 있습니다. 무홀리는 여러 면에서 사회적 약자였지만 갖가지 어려움을 깨며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작가로 성장했습니다. 그렇게 자란 그녀가 불의에 저항하며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활동가로서의 의지는 그녀의 작품만큼이나 감탄을 불러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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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uho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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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홀리의 가치관이 담긴 대화도 수록되어 있다






Book.4 [Sculpture]

Felix Gonzalez-Torres

Felix Gonzalez-Torres

Felix Gonzalez-Torres(펠릭스 곤잘레즈 토레스)는 쿠바 출신의 아티스트로, 개인적인 경험과 정체성에서 시작되어 사회적인 관계, 소비문화로 뻗어나가는 폭넓은 주제를 다룹니다. 그의 작업은 상당수 에이즈로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성 연인 로스 레이콕(Ross Laycock)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한 예로, 곤잘레스-토레스의 작품 시리즈 중에 사탕으로 구성된 설치 작품들은 관객들이 관람하다 가져가서 먹어도 항상 그의 연인 로스의 무게에 맞춰 다시 채워집니다.


앞서 소개했던 아티스트들이 사진과 그림을 통해 사람을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예술을 선보였다면, 곤잘레스-토레스의 작품들은 참여형 설치 미술이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관람객들이 사탕을 가져갈수록 작가의 의도대로 그의 연인 로스가 여러 사람들에게 기억되며, 작품은 완성되는 것입니다. 원본을 파괴할수록 완성되는 작품이라니, 개념 미술은 역시 가오가 살아있음을 또 한 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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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5 [Photography]

Masculinities

Alona Pardo

Masculinities에선 서로 다른 인종, 세대, 젠더 정체성을 가진 약 50명의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한 데 모아 1960년대 이후 남성성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각 챕터는 미술, 역사, 문화, 퀴어 연구의 핵심 사상가들이 쓴 에세이로 시작하고, Richard Avedon, John Coplans, Robert Mapplethorpe 등 유명한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다룹니다. 퀴어 포토그래피를 한 책으로 몰아 볼 수 있는 종합본이랄까요. 이 도서를 먼저 보고 마음에 드는 아티스트를 골라 그 작가에 대한 도서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세상에 같은 남성성은 없음을 시각적으로 깨달을 수 있어서 추천드리는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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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아티스트들의 포토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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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들의 바이오그래피가 담겨 있다




역사 속에서 아티스트들은 자아 표현의 수단으로 예술을 굉장히 잘 활용했고, 그들의 용기로 인해 사람들은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퀴어 아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프라이드 먼스를 기념하며 퀴어 아트 관련 도서들을 찾아보면서 그들의 용기에 감탄했는데요,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프라이드 먼스를 기념해 보면 어떨까요? :)





도서 목록

-'Drag & Draw Andy Warhol', Nina Schleif

-'Tom of Finland', Juerg Judin & Pay Matthis Karstens

-'Zanele Muholi', Sarah Allen & Yasufumi Nakamori

-'Felix Gonzalez-Torres’, Felix Gonzalez-Torres

-‘Masculinities’, Alona Par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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