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다행
평생을 지방에서 살다가 직장 때문에 서울에서 살기 시작한 지 어느새 7년 정도 되어 갑니다. 원래 서울에 대한 이미지는 뭔가 복잡하고 깔끔하지 않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반강제적으로 살게 되었고, 그런 이미지는 점점 심해지는 미세먼지 때문에 더 강화되긴 했지만, 긍정적인 면에 더 높은 점수를 주며 지내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는 그 어느 곳보다 많은 곳이니까요.
어쨌든 서울에서 새 출발을 하려면 집을 구해야 했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낭만적인 곳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일 미세먼지 수치를 체크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요. 클림트도 마찬가지 마음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매년 여름 대도시 빈을 떠나 오늘날의 교통수단으로도 3시간 정도 걸리는 이곳까지 와서 휴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좋은 추억을 이렇게 그림으로 남겼죠.
하지만 저의 서울 생활은 리모델링 된(20년 된) 원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반지하가 아니어서 다행이긴 했지만, 그땐 어떻게 세탁기와 한방에서 지냈네요. 그러다가 4년 전에 투룸으로 이사를 했고, 이제는 세 번째 이사를 준비 중입니다. 다음에는 어떤 곳으로 갈까요? 클림트의 휴양지는 너무 이상적이라 언감생심이고요, 대신 제가 집이라는 걸 의식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살고 싶었던 그런 집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집입니다. 햇볕이 들고, 새와 벌레 소리가 들리며,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가운데 책을 읽거나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곳 말이에요. 저녁에는 밖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요. 아니, 이것도 너무 과분하다고요? 물론 지금 서울에서 이렇게 지내겠다는 건 아니고요, 먼 훗날 지방에서는 가능한 시나리오 아닐까요? 이 정도 꿈은 꿀 수 있게 눈감아 주세요.
하지만 그 먼 훗날은 말보다 더 흐릿해서 아득하기만 합니다. 무엇보다 그런 삶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둘 중 하나가 필수입니다. 돈을 엄청 벌거나, 아니면 서울을 벗어나거나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런 삶을 꿈꾸면서도 반대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돈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자체에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 행복은 단순히 재물의 양보다는 ‘기대하는’ 재물의 양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재물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저에게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는 것입니다. 원래 주택에서 나고 자랐고, 아파트를 멋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주택 출신’이기에 아파트의 단점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데도 저는 가끔 ‘아파트투유’에서 검색해 보기도 하고(가점이 30점도 안 되는데…….) 심지어 모델하우스에 다녀오기도 합니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에서 가격을 보면 ‘아니, 이렇게 오래된 집이 왜 이리 비싸?’라며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원체 지극히 안전성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 예/적금밖에 모르고 대출은 지극히 싫어하면서도, 은행에 얼마나 대출 가능한지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결국, 조만간 집을 살 수 있겠다는 기대는 할 수 없었고, 그저 신용은 괜찮다는 것에 만족했을 뿐입니다.
결혼과 육아를 위해서는 아파트가 좋을 거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언제 결혼할지도 모를 노총각이 아파트를 염두에 둔다는 게 스스로도 웃깁니다. 사람은 결혼해야 철든다는데, 역시 저는 아직일까요? 소신 있는 삶을 추구하지만, 여전히 이리저리 흔들리는 자신이 안타깝습니다. 혹시 문제는 다른 데에도 있는 걸까요?
앞서 지금 이사를 준비 중인데, 다음에는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씀 안 드렸네요. 이번에도 여지없이 투룸입니다. 콘스탄틴 유온의 작품과 같은 전원주택은 물론이며 아파트도 논할 때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불행할까요?
아니요, 분명 아쉬운 점도 있긴 합니다만, 사실 나름 행복합니다. 제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건 집의 형태와 크기에 상관없이 제 몸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공간 정도는 마련할 여력이 있어서 그런 거 같아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것저것 해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 가지고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정말로 고마움을 느낍니다. 그래서 행복한 거 같아요. 여러분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