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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북살롱 Oct 29. 2020

집밥만한 게 어디 있나

글: 다행

전 웬만하면 '맛있다, 맛있다.' 하고 먹을 정도로 식성이 좋습니다. 그래서 물론 덩치도 좀 그렇습니다만, 식성이 좋다는 건 나름 장점도 된다고 생각합니다아!!! 아, 괜히 혼자 흥분해서 목소리가 커졌네요.


마리 로랑생, <무제>, 석판화, 1936, 개인 소장


오늘은 뭘 먹을까~


문제는 직장 때문에 고향을 떠나 자취 생활을 한 지 어느새 7년 가까이 되어 가는데도 끼니를 어떻게 때울지 정하는 건 여전히 ‘일일 퀘스트’라는 것입니다. 주위에서는 요리를 배워 보라고 하는데, 이쪽에 잠깐 흥미 있을 때가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추로스, 스테이크 등을 만들 때 '밀가루 폭탄'과 ‘기름 폭죽’으로 주방이 난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남았던 재료는 먼 훗날 쓰레기통으로 가는 것을 보며, 요리에 대한 의지 역시 폐기되었습니다. 


클로드 모네, <쉐프>, 캔버스에 유채, 1882, 벨베데레 미술관


리스펙트합니다!


그래서 인스턴트식품, 편의점이나 전문점의 도시락, 회사를 오가는 길의 식당을 통해 해결은 해 왔습니다만, 역시나 만족감은 낮았습니다. 그저 '살려고' 먹은 거죠. 몇 달 전부터는 새로 시작한 공부 때문에 너무 바빠져서 편의점 김밥으로 때우는 빈도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이사했고, 동네 상권을 파악하다가 정말 좋은 곳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콩나물국밥 체인점입니다. 전 콩나물국밥을 엄청 좋아하는데요, 그 이유도 정말 많습니다. 우선 매우 저렴합니다! 게다가 든든하면서 건강에도 좋아 보입니다. 국밥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육수를 쓰는 국밥은 마냥 좋은 점만 있어 보이진 않더라고요. 하지만 콩나물국밥의 재료를 보면 건강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드니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이런 집을 발견했으니 식사 걱정 크게 덜었습니다.


니콜라이 야로셴코, <삶은 어디에나 있다>, 캔버스에 유채, 1888, 트레차코프 미술관



그렇게… 덜었다고 생각했는데요, 사람의 입맛이라는 게, 자주는 안 가지더라고요. 또 고민이 생깁니다. 새로운 곳을 발굴해야 하나. 그러다가 며칠 전 어머니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새집 주소가 어떻게 되냐고요. 무슨 일인지 여쭤보니 반찬을 보내 주신다는 겁니다.


전 여느 때처럼 '화'부터 냈습니다. "반찬 만들고, 또 뻐쳐서(피곤해서) 쓰러지려고!! 안 돼요!!!" 예전에 제가 체력이 넘치던 시절, 고향에 다녀올 땐 항상 두 손 가득(feat. 손수레) 반찬을 얻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누나네에 '드롭'을 하고 제 것도 챙겨 갔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는 그렇게 힘들게 반찬을 만들고 나면 매번 방전되셨더라고요. 어느 날 그걸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는 반찬을 만들어 준다고 하시면 화부터 내고 거절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오랜만이기도 하고, 조금만 만들었다고 하시기도 했고, 게다가 택배로 보내 준다고 하시니 '너그럽게' 받아들여서 잘 먹고 있습니다.



카지미르 말레비치, <검은 사각형>, 캔버스에 유채, 1915, 트레차코프 미술관


집밥만 한 게 있나. 절.대.집.밥!


그런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목소리를 높여서 엄마를 저지하려고 한 거지? 엄마를 위한다고 한 거긴 한데 그게 옳은 방법인가?' 라고요. 다음부터는 부드럽게 설득하도록 해 볼게요. 엄마, 항상 고마워요!!!



2019년 7월 11일, 어머니께 보내 드린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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