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방식으로 미술 작품을 마주하나요?
정말 보고 싶어 했던 작품 앞에 서게 되었다고 상상해 보세요.
어둠이 소용돌이치는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처럼 말이에요.
그럼 먼저 주위의 모든 것들이 눈에서 사라지며 ‘우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올 거예요.
그다음에는 그림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고, 자기 자신에 대입해 볼 거예요.
‘내가 저 그림 안에 서서 하늘을 바라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몇 년 전에 시골 가서 봤던 밤하늘에도 별이 참 많았지.’
그리고 그림에 대한 궁금증도 생길 거예요.
‘화가는 어느 시기에 이 작품을 그렸을까?’
‘별을 왜 저렇게 소용돌이처럼 그렸지?’
등등의 이런저런 지식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가 생길지도 모르죠.
저희도 처음에는 이런 지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미술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네 명은 지난 2015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도슨트가 되면서 서로를 알게 되었습니다.
‘도슨트’란 전시 해설사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울 텐데요, 미술 작품의 배경 지식을 전달해 드림으로써 관람객들의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마이크를 들고 작품 설명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도슨트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도슨트로 만나게 되어 나름 ‘큰 뜻’을 품고 본격적으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미술에 대해 공부한 결과를 엮어 책으로 써 보자는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이죠. 1~2년 정도 함께 노력하면 뚝딱 미술에 대한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모두 뒤집혔습니다.
우선, 책 출판을 목표로 미술을 공부하고 향유한 시간이 어느덧 5년이 넘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리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죠.
또한 모임이 이어지고 글을 쓰고 다듬고 같이 공부하고 전시를 보면서, 저희가 쓰려는 책의 방향도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미술 전반의 지식을 전달하는 책을 쓰고자 했지만, 언젠가부터 미술을 자신의 일상과 삶과 연결해서 보는 글을 쓰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혼자였다면 그저 작품이 좋다 하는 정도에 감상을 그쳤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품을 함께 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품을 깊이 있게 바라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그 감상을 우리의 삶에 연결시키고 있더군요. 저희는 이 작업이 매우 재미있었고, 이런 경험을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졌어요. 그렇게 해서 저희는 「어떤 미술관」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계절의 변화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새싹이 자라는 봄은 인생의 새로운 도전의 시기로, 뜨거운 여름은 격정과 열정으로 가득한 시기 등으로 말이죠. 여러분은「어떤 미술관」에서 인생의 계절마다 경험하는 삶의 이야기를 미술 작품과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떤 미술관」에 오신 여러분도 작품과 저희의 이야기를 즐기시면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허전하고 상처 받은 마음에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마음도 변하듯, 미술을 대하는 마음도 시시각각 다름을 느낄 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죠.
미술 작품을 마주하는 우리 모두가 미술을 향유하는 주인공임을 잊지 않으면서, 저희와 함께 「어떤 미술관」으로 들어가 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