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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북살롱 Oct 24. 2021

첫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언제나 시작

글: 히햐

    새해 일출을 보며 어떤 마음을 가지시나요? 어제와 같은 모양의 태양이지만 특별히 크고, 특별히 밝으며, 특별히 따사롭게 나를 응원하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1월 1일,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의 태양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작’이라는 의미는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합니다.  “1월 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 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이라는 시구로 시작하는 정채봉 님의 시 <첫 마음>에는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이들의 마음이 잘 들어 있습니다. 시의 문구를 따라가 보며 한 해를 시작하는 새로운 마음을 먹어봅니다. 


    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

니콜라이 보그다노프 벨스키, <교실의 아이들>, 1918


    무언가 새로운 공부를 할 때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셨나요? 이때 저는 진학한다는 뿌듯함, 성장한다는 기쁨,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기대를 가진 것이 기억납니다. 가르치는 선생님의 어느 말 하나, 어느 장면도 놓치지 않기 위해 눈과 귀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죠. 그런 기대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어느 날 원치 않게 찾아오는 게으름이라는 늪과 성과가 나오지 않는 지루한 슬럼프의 터널 속에서도 꾸준히 전진할 수 있는 힘을 주게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이가
처음 눈을 맞던 날의 떨림으로
내내 계속된다면

프랭크 딕시, <로미오와 줄리엣>, 캔버스에 유채, 1884, 171x118 cm, 사우샘프턴 시립 미술관


    사랑에 빠졌을 때의 여러 마음 중 저는 헌신이라는 단어를 기억하고 싶습니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상대를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랑받아서 행복한’이 아닌 ‘사랑해서 행복한’ 사람으로 평생 살 수 있을 테니까요. 


첫 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

빈센트 반 고흐, <씨 뿌리는 사람>, 캔버스에 유채, 1888, 64X80.cm, 크뢸러 뮐러 미술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의 각오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전날 회식을 하더라도 늘 8시 30분에 출근하는 성실함, 스쳐 지나가는 상사의 말도 놓치지 않겠다는 민감함,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우직함까지 가졌더랬죠. 삶에서의 일은 ‘유능함’, ‘성공’, ‘인생’이라는 큰 주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을 진지하고 무겁게 대했던 것 같습니다. 나의 인생을 견인해 주기도 하지만 한편 나를 먹여 살리는 일. 그 일이 나를 부리는 일이 아닌 나를 살리는 일이라 생각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매일 떠오르는 해를 보며 근면함과 성실함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위 그림 속의 <씨 뿌리는 사람처럼> 풍요로운 결실을 소망하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고 싶습니다.
 

아팠다가 병이 나은 날의
상쾌한 공기 속의 감사한 마음으로
몸을 돌본다면

프레데릭 칼 프리세케, 캔버스에 유채, 1916, 102X152cm


    크게 몸이 아파본 경험이 있다면 건강한 마음으로 퇴원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기쁨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평소에는 알지 못하다가 어리석게도 잃어야만 알게 되는 대표적인 것이 건강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을 앓고 나면 일상의 소중함,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감사함을 알게 됩니다. 곁에 있는 가족, 소박한 음식거리, 내 집 앞의 작은 풍경에도 감동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습니다. 


나는 너, 너는 나라며 화해하던
그날의 일치가 가시지 않는다면

프레데릭 모건 <Ring-a-Ring-a-Roses-Oh>, 1885, Towneley Hall Art Gallery & Museum


    친밀한 사이와의 갈등이 있을 때 더욱 괴로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갈등을 견뎌내 화해했을 때 모두가 연결되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빙글빙글 하나 되어 도는 그림 속의 아이들처럼 너라서 좋고, 지금이라서 좋고, 그냥 좋은 이 마음을 가슴속에 간직하며 관계를 이어나간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더 신중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진심이 더 깊고 단단해질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던 날
차표를 끊던 가슴 뜀이 식지 않는다면

이반 아이바좁스키, <Ox Train on the steppe>


    홀로 여행을 떠난 기억이 있으신가요? 떠나기 직전의 그 설렘은 두려움의 심장박동을 이겨낼 정도로 황홀합니다. 이 황홀함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많은 낯선 것들을 수용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새로운 음식, 새로운 사람, 새로운 문화에 쉽게 마음이 열리게 됩니다. 이런 큰마음으로 오늘을 산다면, 반복되는 나의 일상의 장면 속에서, 매일 만나는 사람의 얼굴 속에서 작은 설렘의 순간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침 일출을 보며, 저녁의 노을과 함께, 머리를 가르는 바람을 맞으며 말이죠.

 

이 사람은 그때가 언제이든지
늘 새 마음이기 때문에
 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지며 넓어진다

엘렌 테슬레프, <메아리>, 캔버스에 유채, 1891, 61×43.5 cm


이렇게 1월 1일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한 해를 다 보낸 후, 12월 31일이 올 때까지 우리의 마음은 언제나 새로울 것입니다. 이 마음은 매일매일, 한해 한해 언제나 메아리가 되어 돌아와 우리를 응원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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