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나나
어디선가 재채기 소리라도 나면 어깨가 움츠러들며 토끼 눈을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됩니다. 데이나 슈츠(Dana Schutz, 1976~)의 그림처럼 코를 뚫을 듯이 세차게 튀어나온 강력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방으로 튀어 다음 머물 거처를 찾는 무시무시한 소리처럼 들려요.
모두가 마스크 뒤로 숨어 보지만 바이러스는 오늘도 빠르게 퍼져 나가고,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두려움 속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집 안에 더욱 단단히 숨어 봅니다. 데이나 슈츠의 그림처럼 시원하게 눈에 보이기라도 하면 꽁꽁 잡아서 묶어라도 둘 텐데.
포근해진 날씨에도 봄이 다가오는 설렘보다는 어두운 공포를 이불처럼 덮고 움츠러듭니다.
미세먼지가 우리 삶에 깊숙이 파고들었을 때에만 해도 농담처럼 “이러다가 우리들 다 방독면 쓰고 다니는 거 아니야?” 하며 웃어넘겼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눈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는 말에 플라스틱 안구 보호 장치가 달린 마스크를 쓰고 유치원에 간 아이의 사진을 보면서 이제는 웃을 수 없었어요. 레아 솔니어(Leah Saulnier)가 그린 2050년 어린이의 모습이 정말 이제는 그림이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닌 현실이구나. 솔니어의 그림은 오늘도 하루를 살아가야 하기에 마스크를 꼭 동여맨 채 두려움을 안고 출근길 지하철에 오른 사람들과도 닮았습니다. 걱정이 되지마는 얇은 마스크 한 장에 의지 한 채 오늘도 출근길에 오릅니다.
주변의 많은 가게들이 확산을 막기 위해 임시 휴업에 들어갔고, 거리는 활기를 잃고 텅 비었습니다.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소리 없는 도시 풍경처럼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오늘을, 그리고 내일을 또 살아가야 하기에 더욱 지금이 막막하고 위태롭습니다. 코로나19도 두렵지만 이 시기 주저앉아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기지 않으면 어쩌나 더욱 걱정이 됩니다. 우리가 마스크와 이별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면 어쩌면 우리에게 마스크보다 절실한 것은 희망과 위기를 함께 이겨 내자는 다독임일지도 모릅니다.
따뜻해지는 날씨를 당장 두 손 벌려 마중 나갈 수 없다면, 사람 없는 적막한 창밖을 바라보지 말고 봄기운이 물씬 풍기는 그림을 들여다봅시다. 앙리 르바스크(Henri Lebasque, 1865~1937)의 그림 속 따뜻한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소녀들처럼, 곧 우리 아이들도 반짝반짝 뛰어놀 수 있는 봄이 분명히 올 거예요.
그러니 봄이 따뜻한 소식을 가지고 올 수 있도록 더 꼼꼼하게 손을 씻고 단단하게 마스크를 동여맵시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봄은 언제나 찾아오고, 올해도 어김없이 새싹은 틈을 비집고 피어날 테니까요.
우리 모두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