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두릅이 나왔다.
드디어 너의 계절이 되었구나.
싱싱한 참두릅 두 팩을 사다가 삭삭삭 다듬어 뜨거운 물에 소금을 넣고 빠르게 데쳐낸다.
별다른 양념 없이 초고추장에 콕 찍어 먹는다.
두릅 자체의 맛만으로도 입 안이 풍요롭다.
대체로 쓴 것을 좋아한다. 자연의 쓴 맛.
다크 로스팅 커피, 쓰디쓴 술, 떫은 와인,
두릅처럼 씁쓸한 나물, 쓴 맛이 나는 과일, 이를테면 자몽 같은.
왜 쓴 걸 먹어요?
인생이 쓰니까 먹지.
인생이 쓴 데 왜 쓴 걸 먹어요?
이열치열 알지?
더울 때 뜨거운 삼계탕을 먹고,
한 겨울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이별했을 때 이별 노래를 듣고,
슬플 때 슬픈 책을 읽거나 슬픈 영화를 보지.
신날 때는 마냥 신나게 놀잖아?
그래서 사는 게 쓰니까 쓴 걸 먹는 거야.
음... 그렇군요...
잘 모르겠지만, 알겠어요.
어릴 때는 나도 단 맛을 좋아했겠지.
달달한 것을 입 안에 넣고 하루 종일 굴려 먹는 맛이란.
아끼고 아까운 인생 같았겠지.
그러다 어느새 사회의 매운맛을 보게 되고
그 보다 더 매운 것을 찾아
입과 뇌를 속임으로 내 정신을 지켜냈을 거고
이제는 인생 자체의 쓴 맛을 이해하듯
쓴 맛이 주는 맛의 풍요로움을 알게 되었겠지.
물론 양념이 첨가되지 않은 담백한 순수의 맛 그대로도.
본질에 가장 가까운 것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을 거고.
모든 것은 때가 있다고 하던데
사실, 나는 모든 것은 하고 싶을 때가 그 때라고 생각하지만
음식만큼은 때가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백 퍼센트.
그때를 놓치면 제대로 된 맛도 느낄 수 없거니와 영양도 떨어진다.
다시 돌아 올 계절을 기다리기엔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길고 가쁘다.
자, 두릅의 계절이다.
두릅이 가 버리기 전에 모두들 마트로, 혹은 시장으로 달려들 가시라.
이왕이면 너무 작지도 너무 크지도 않은 중간 크기로 잘 골라 보시라.
그리고 웬만하면 소주나 막걸리도 한 병 준비하시라.
그렇다면 자,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