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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Apr 29. 2023

이름이 불려 살아지는 날도 있어


< 김현창 _ 2023.04.28 롤링홀 >


 

당신의 지난 겨울이 너무 힘에 겨웠다고

그래서 오늘의 공연을 끝으로 이제 떠나려 한다고

잠시만 세상과 완전히 단절하려고 한다고


나는 그만 그 자리에서 눈물을 흘릴뻔했어

나는 당신의 음악으로 지난 겨울을 살아내었거든

당신의  피를 먹고 내가 살아난 것 같아

미안해요.


당신이 스물다섯이든 스물일곱이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내 삶에 가장 힘든 때는 열넷이었고 열일곱이었고

 스물이었고 그리고 스물일곱이었으니까.


나이가 어리다고 결코 삶이 가볍지 않다는 걸

나는 잘 알아. 너무 잘 알지.


글을 쓰는 게 숨이 막혀서 글을 쓰지 않을 때

나는 매일 죽을 생각만 했어.

머릿속에서 유서를 매일 퇴고했지.

보낼 사람을 고르고

주절주절 할 말과 시크하게 생략할 말을 골랐지.

마지막은 진짜 그럴듯하게 있어 보이고 싶었거든.


지금도 매일 살 생각을 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현재를 살아.


글을 쓰기 위해 눈을 뜨고

글을 쓰기 위해 숨을 쉬고

글을 쓰기 위해 커피를 내려.

그러니 그냥, 그저 살아져.


지금은 글을 쓰는 삶 보다

글을 쓰지 않는 삶이 더 고통스럽다는 걸 알아.

그래서 써. 매일 써.


당신의 음악이,

혹은 당신의 삶이,

당신의 그 무엇이,

당신을 너무 옥죄이면

잠시 놓아도 돼요.


하지만 음악을 영영 버리지는 말아 주세요.

결국 당신을 구하는 것은 음악이 될 테고

시가 될 테고 노래가 될 거예요.


더 발전하지 않아도 돼요.

더 잘하지 않아도 돼요.

지금으로도 충분해.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마세요.


그리고 이기적이지만,

미안하지만.


당신의 쉼 사이사이에

당신의 노래로 숨을 쉬고 있는 사람들을 기억해 주세요.

당신이 품고 있는

당신을 품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


쉼 사이사이

어쩌다 한 번씩만

그렇게 기억해 주세요.


지난 겨울,

내 곁에 와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매일 밤 위로해 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언젠가 나도 당신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아니, 마음 놓고 엉엉 울게 만들어 줄 수 있기를

그런 날이 오기를.

내가 더 부지런히 해볼게요.


다시 추운 겨울이 돌아오기 전에

당신이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기도할게요.


고마워요.



< 김현창 _ 살아내기 >



< 살아내기 >


봄을 기다릴게

달갑게 마중 나올

햇살을 나눠준 건

내겐 틀림없이 구원이야


살아내기 전엔 나는 못 가

사랑하는 법도 난 서툴러

보름 같은 심정으로 살게

살아내기 전엔 나는 못 가

떠나보내는 것도 슬퍼서

보고 싶은 눈시울로 남아 영원히

봄을 기다릴게

살갑게 얘기 나눌

우리로 살았던 건

내겐 틀림없이 구원이야


살아내기 전엔 나는 못 가

사랑하는 법도 난 서툴러

보름 같은 심정으로 살게

살아내기 전엔 나는 못 가

떠나보내는 것도 슬퍼서

보고 싶은 눈시울로 남아 영원히



< 아침만 남겨주고 (Nothing but Morning) _ 미러볼 뮤직 >



< 아침만 남겨주고 >


너의 밤은 부서지기 쉽고

가끔은 밤새 가라앉기도 해

그걸 보는 내 마음은

너를 따라 헤매어요

나를 찾지 않아도 돼요

나는 여기 옆에 있으니

뒤척이는 밤일 거라면

내 밤이라도 가져가 줘요

잠든 숨소리는 파도 같아요

그런 밤바다는 무섭지 않아요

기대어 잠드는 밤은 애틋하고요

꿈속에서는 울지 말아요

네가 되어서 아무도 없는

밤을 대신 새어주고

볕이 드는 아침만

남겨주고 싶어요

네가 되어서 가라앉는 맘

밤새 대신 울어주고

볕이 드는 아침만

남겨주고 싶어요


네가 되어서 아무도 없는

밤을 대신 새어주고

볕이 드는 아침만

남겨주고 싶어요

네가 되어서 가라앉는 맘

밤새 대신 울어주고

볕이 드는 아침만

남겨주고 싶어요



< 김현창 _ blog.naver.com/gusckd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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