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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May 08. 2023

오늘은 쉴게요




오늘은 쉴게요.

매일 쓰는 글들은

분명 나를 구원하지만

어쩌자고 이렇게

두통이 몰려드는지.

일주일... 아니,

열흘쯤 되었을까.

아니, 정확히는 언제부터인지

알 도리가 없어.

도통 잠에서

깨어나질 않네요.


오늘은 쉴게요.

두통이 심해요.

구토가 나올 것만 같아.

이러다 그만

천변 따라 화사한 길 한가운데서

모두가 뜨거운 도서관 한가운데서

혹은 화장실 변기를 붙들고

혹은 봄날의 애꿎은 나무를 붙들고

왝- 하고 뱉을지도 몰라.


참아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

그래서 그렇게 애를 써봐요.

참으려고.

그러지 않으려고.

희미해져 보려고.

멀어져 보려고.


다정한 말들을 나누고 싶은데

철학 없는 이야기들을 흘리고 싶은데

허허실실 모나지 않은 웃음이 좋은데

누워 드는 잠보다 그게 더 달콤한데

다정함은 상대적인 거라

혼자서만 다정할 수가 없어.


카페인이면 나을까

알코올이면 괜찮을까

아니, 탄수화물이 필요한 걸까

단단한 당이 들어가야 할까

비타민이 유용할까

프로폴리스가 더 유용할까

타이레놀이 아니면 탁센이

그것도 아니면 흘러도 흘러도 마르지 않는

수분이 절실한 걸까.


어느 것도 소용이 없네요.


그러니 오늘은 쉴게요.

결국 쉼도 못할 것을 알지만

그래도 쉴게요. 라고 말해 볼게요.


여러분, 아프지 마세요.

몸도 마음도 결국엔 건강하세요.

따뜻하니까. 바람 부니까.

꼭 산책하세요.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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