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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May 06. 2023

꽃을 위한 서시(序詩)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 드는 이 무명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 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이 될 것이다.


......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여.






시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 詩

시인의 언어를 알게 해 준 詩


단 번에 모든 것이 이해되었던 詩

두 번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던 詩


겸손을 깨우쳐 준 詩

나의 한없는 모자람을 일깨워 준 詩


그래서 꼭

잊지 말아야 할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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