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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Jul 24. 2023

그런 사람

< 류시화 >



봄이면 꽃마다 찾아가 칭찬해 주는 사람

남모르는 상처 입었어도

어투에 가시가 박혀 있지 않은 사람

숨결과 웃음이 잇닿아 있는 사람

자신이 아픔이면서 그 아픔의 치료제임을 아는 사람

이따금 방문하는 슬픔 맞아들이되

기쁨의 촉수 부러뜨리지 않는 사람

한때 부서져서 온전해질 수 있게 된 사람

사탕수수처럼 심이 거칠어도

존재 어느 층에 단맛을 간직한 사람

좋아하는 것 더 오래 좋아하기 위해

거리를 둘 줄 아는 사람

어느 길을 가든 자신 안으로도 길을 내는 사람

누구에게나 자기 영혼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

내어 주는 사람

아직 그래 본 적 없지만

새알을 품을 수 있는 사람

하나의 얼굴 찾아서

지상에 많은 발자국 낸 사람

세상이 요구하는 삶이

자신에게 너무 작다는 걸 아는 사람

어디에 있든 자신 안의 고요 잃지 않는 사람

마른 입술은

물이 보내는 소식이라는 걸 아는 사람



[ 그런 사람 _ 류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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