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晋州) 장터 생어물전(生魚物廛)에는
바닷밑이 깔리는 해다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 닿는 한(恨)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맞댄 골방안 되어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진주(晋州) 남강(南江) 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밤빛에 보는 것을,
울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추억에서 _ 박재삼
그이가 내게 시(時) 한편을 들려주었다. 어느 밤이었다.
오물오물 조그만 그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내장에서 출발해 목구멍으로, 다시 그의 말랑한 입술을 거쳐 흐릿한 밤, 노란 불빛 속으로 알알이 퍼지는 시어(詩語)들에 나는 그만 악- 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아찔, 현기증이 일었다. 고추냉이처럼 매운 어지러움이 머리를 훑고 난 후, 부지불식간에 얻어맞은 뇌 속이 바빠졌다.
내가 쓴 시(時)였을까...
언젠가 내가 써 놓고 잊고 있었던 것을 그이가 발견한 것일까... 뭐지 이것은...? 이 느낌은...?
그것은 어린 날의 내 이야기였다. 내 성장을 누군가 훔쳐보기라도 한 듯 지난한 내 삶이 통통하게 물오른 생선처럼 현재의 날 것이 되어 시(時) 안에서 펄떡펄떡 뛰고 있었다.
도둑질을 들켜버린 9살 마냥 명치 위 어디가 중력을 잃은 채 부유하기 시작하고 목 위로는 스멀스멀 열이 올랐다. 마주 앉은 그의 두런거리는 목소리 너머로 다큐멘터리 예고편 같은 흑백 무성 영화가 쓸쓸히 플레이되었다. 이내 땅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은 늙은 여자의 일그러진 얼굴과 빈 하늘을 향해 꽉 잠겨버린 눈, 입술 새로 비어져 나오던 짐승 같은 울부짖음이 소리를 실은 고무 판화처럼 쿵하고 내려 찍힌다. 목 위로 올랐던 뜨끈한 열감은 이내 눈꺼풀 아래까지 배부르게 차올라 다시 머리 위로 솟아나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지독히도 가난했지만 가난하지 않았던 내 핏빛 삶의 영롱한 눈물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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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의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가 돌고 돌아 끝끝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칼날처럼 쓰리고, 눈 뜰 수 없을 만치 찬란했던 그 날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풀어내지 않고서는
나는 태풍 속 부러진 나무처럼 영영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