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오래 포옹한 것이 언제였을까. 성인이 된 후에는 가끔 섹슈얼한 신체 접촉이 있더라도, 그저 ‘누군가와 닿아 있다’는 감각을 온전히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너무 짧아 스치듯 지나간다.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지만, 하루의 끝에 나누는 짧은 포옹이 서로를 격려하는 작은 의식처럼 자리 잡아 있었다.
그러던 중 아이가 태어났다.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존재가 생기자, 나는 포옹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30초나 1분 남짓의 짧은 안김이 아닌, 몇 분 이상 이어지는 신체적 접촉은 전혀 다른 차원의 감각과 정서를 선사한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안도감, 그리고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간다는 깊은 의지. 그 순간, 내가 아이를 안고 있는 것인지, 아이가 나를 안고 있는 것인지 경계가 흐려진다.
신체적인 접촉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또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도 마음을 그대로 전한다. 아이와 하루를 보내며 세상을 가르친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내가 아이에게 배우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깨닫는다. 평소에 말로 하기 어려운 마음이 있다면, 조용히 안아주고 그 말이 전해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아이가 태어난 뒤 가장 크게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사람의 체온을 느끼는 방식이다. 세상에 나온 지 오래되지 않은 순수하고 연약한 존재가 내 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모습은 설명할 수 없는 평온을 준다. 언제 이렇게 오랫동안 누군가를 안아본 적이 있었던가를 떠올리면, 그 경험이 주는 안정감과 안도감에 새삼 놀란다.
사랑하는 이를 안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온전히 전달된다. 아이를 지켜주고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어느 순간 나에게 되돌아오고 있음을 느낀다. 사랑하는 이를 조금 더 오래 포옹해 보자. 말없이 안고 기다려주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전하지 못했던 마음이 충분히 전달된다. 오늘도 아름다운 나의 딸은 나에게 또 다른 삶의 지혜를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