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시대를 이해하는 방식
전통적인 사고 방식은 원인에서 결과로 이어지는 직선적 사고에 익숙하다. 그러나 현대는 수많은 정보, 매체, 시점이 동시에 존재하고 복잡하게 연결되는 시대다. 정보는 일직선으로 흐르지 않고, 다중적이고 동시적이며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들뢰즈와 가타리는 식물학적 은유인 ‘리좀(Rhizome)’을 통해 새로운 사고 방식을 제시한다. 리좀은 시작점과 끝, 중심과 주변이 없는 구조다. 어디서든 뻗어나가고 연결되며, 끊겨도 다른 방향으로 자라는 뿌리줄기와 같다.
리좀적 사고는 변화하는 중심이 아니라 ‘연결’에 주목한다. 전통적인 사고가 중심, 위계, 권위라는 고정된 질서 속에서 작동했다면, 리좀은 임의의 지점에서 언제든 연결되고 새로운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오늘날 SNS, 디지털 플랫폼, 탈중앙화된 조직 구조, 심지어 예술의 제작과 감상 방식까지도 이러한 분산 구조를 따른다.
복잡한 문제일수록 다중적인 시선이 필요하다. 기후 위기, AI 윤리, 젠더 이슈, 정치적 극단화처럼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은 단선적인 원인이나 해법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리좀적 사고는 이러한 문제들을 다층적인 연결 속에서 해석하고 해결 가능성을 탐색하도록 이끈다.
이는 예술과 창작의 방식에도 적용된다. 동시대의 예술은 더 이상 하나의 주제나 매체에 한정되지 않는다. 예술가는 회화뿐 아니라 퍼포먼스, 영상, 데이터, 커뮤니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며, 큐레이션 역시 단일한 메시지가 아닌 복합적인 레이어로 구성된다. 리좀적 사고는 이처럼 유연한 창작과 전시의 기반이 된다.
현대는 중심이 없는 시대이자, 연결이 지배하는 시대다. 고정된 위계보다는 리좀처럼 흩어지고, 연결되고, 끊임없이 생성되는 사고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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