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반말문화를 자처하는 플랫폼 문화가 얼마나 가벼워보이는지 자주 생각한다. 마치 이정재가 면치기 하는 모습을 보고 한 반응과 같은 어색함과 불편함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반말 문화에 기반한 것도 아닌데, 이를 억지로 가져오면 결국 자기적이고 의미 없는 소통, 그리고 단절만 만든다.
한국의 새로운 화두이자 하나의 사회 문제로 떠오른 것이 바로 영어 이름을 쓰면서 평등과 수평화를 표방한 문화였다. 수평적 구조를 통한 열린 사고와 확장성을 표방한 이러한 시도는 기존의 격식과 예의를 지켜오던 틀마저 무너뜨렸다는 점이 문제로 작용했다. 수평 문화는 처음부터 수평적인 토대 위에서 형성될 때 건강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오랜 시간 수직적 질서와 규율 속에서 지켜온 형식을 갑자기 허물면, 그 안에 깃든 완성도와 밀도도 함께 사라진다.
이것은 잘 완성된 도자기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도자기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동양의 재료로 서양식 기법을 억지로 적용하면 그 결과물은 어설퍼진다. 아무리 형태가 글로벌하게 통용된다 해도, 그 본질이 무너진다면 완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본적인 소통조차 되지 않는 방식을 강제로 바꾸면, 진지하고 깊은 대화는 불가능해진다. 최소한의 예의가 결여된 소통은, 내공이 많은 사람일수록 먼저 그 방식을 포기하게 만든다. 결국 이런 방식을 채택하면 좋은 사람들부터 가장 먼저 떠나게 된다.
우리는 지금 개성과 다양성에 집착한 나머지, 오히려 중요한 것을 계속 잃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다양성을 외치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본질없는 자기 표현만 내세우다가 끝내는 서로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공허함만이 가득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다양성 #소통 #잃어버린격